북-미 정상회담 의전 등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진행할 양쪽 대표단이 싱가포르에 도착한 모습을 일본 <엔에이치케이>(NHK)가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일가의 비서실장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북한 대표단이 28일 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왼쪽)과 조지프 헤이긴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29일 아침 싱가포르 시내 한 호텔에 들어서는 모습. 엔에이치케이 제공/연합뉴스
싱가포르에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의전 등을 협의할 북한과 미국의 실무대표단이 29일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쪽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미국 쪽은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있다.
북-미 관계에 밝은 정부 소식통은 이날 “북-미가 싱가포르에서 의전과 경호, 수송 관련 조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쪽 대표단은 이번 접촉에서 회담 장소와 시간을 비롯해 정상들이 묵을 숙소와 이동 경로, 의전과 경호 등 회담 전반에 걸친 세부 사항을 협의할 전망이다. 양쪽 모두 전날 싱가포르에 도착한 터라 이르면 29일께 협의가 예상됐으나, 이날 저녁까지 양쪽의 접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헤이긴 부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북-미 협의가 있을 것이냐’는 일부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 많은 회의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해졌다.
김 위원장으로선 최근 두차례의 중국 방문을 제외하고는 이번 싱가포르행이 집권 뒤 첫 국외 방문이라 수송·경호·의전에 대한 북쪽의 관심과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김창선 부장이 직접 8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나선 이유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서기실 소속이었던 김 부장은 1993년 당 서기실 부부장으로 이름을 올려 김 국방위원장의 측근으로 자리잡았다. 2012년 초 김정은 위원장의 서기실장(비서실장)을 맡은 뒤 대를 이어 최고지도자를 보좌하고 있다. 김 부장은 지난 2월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방남했을 때 고위급 대표단을 수행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의 북쪽 수석대표였다.
헤이긴 부비서실장도 2명의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보좌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통령 경선 출마(1979년) 때 참모 노릇을 한 그는 아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부시 대통령을 보좌한 그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같은 자리로 복귀한 것이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앞서 헤이긴 부비서실장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필수적이지만 드러나지 않는(low-key) 존재”라며 “백악관이 제 기능을 하도록 만드는 법을 아는 몇 안 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출신 미국 대통령 2명의 비서와 2대에 걸친 북한 최고지도자의 비서가 상대역으로 만난 점도 이번 북-미 협상의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