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안전하고 번영된 북한” 청사진
종전선언·수교·제재 해제 등 예상
미 언론 “북, 평화조약 우선할 듯”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연합뉴스
“강하고, 연결된, 안전하고, 번영하는 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5월31일(현지시각)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담한 뒤, 북한의 미래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CVID)를 실행하면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지만, 거기에 이르는 길은 여전히 모호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와 관련한 다양한 요구를 내놓고 있지만, 그 대가로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보상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본질상 ‘안보 문제’라고 지적한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거래가 이른바 ‘싱가포르 빅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관은 “폼페이오 장관의 말은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과 그 결과에 대한 묘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북한에 안전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능력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5월31일 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의 최우선 목표는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할 수 없었던 일을 성취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존재해온 미국의 적대정책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는 실제 핵협상 과정에서 ‘안보 대 안보’의 거래를 여러차례 시도한 바 있다.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2000년 공동성명에선 정전협정을 평화보장 체제로 전환하고, 서로에게 적대적 의사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선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최근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조약 형태로 만들어 상원의 비준 동의를 받는 구상을 밝혔다.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이 △공식적인 전쟁 종식(종전선언)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 개설을 통한 외교관계 수립 △평화조약 체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아울러 경제제재 완화 또는 해제와 경제적 지원 또는 투자 등도 안전보장의 또다른 축이 될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미가 주한미군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당장 이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고, 평화조약 체결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한-미 군사훈련이나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를 조정하는 것이 북한의 단기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 분석가는 이 신문에 “F-22 스텔스 전투기와 핵능력을 갖춘 전략무기의 한반도 배치를 조정하는 것은 이 지역 미군의 군사적 태세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안전 보장은 한국은 물론,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과 결부돼 있다”며 “한-미가 북한의 안전 보장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