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전 성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가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의제 협의를 위해 협상장으로 향하고 있다. 싱가포르/김성광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6일께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던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이 본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북한과 미국의 핵심 당국자들은 1일 판문점 채널을 재가동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위한 사전준비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의를 담당했던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극비 방한해 이날 오전 판문점에서 2시간가량 북한과 협의를 진행하고 서울로 돌아온 차량 움직임이 한국 취재진에 포착됐다. 성 김 대사는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 준비 때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나 주요 의제를 조율했으나 북쪽에서 누가 나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 뒤 북-미 당국자의 접촉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며, 앞으로 며칠간 후속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주 방북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가운데 지난 29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이) 6일 평양을 방문한 뒤 7일 도쿄에 들르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북-미 후속 협상에 대해 “이제는 접촉이 있을 때”라고 말했다.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직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성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만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협상장으로 향하고 있다. 싱가포르/김성광 기자
6·12 정상회담 이후 3주 가까이 북-미 후속 협상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외교가 안팎에서는 그간 온갖 관측이 떠돌았다. 이에 대해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 연이어 3차 북-중 정상회담을 한 뒤 북한 내부에서 정리와 평가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북-미 간 이상신호설’을 일축해왔다. 김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비핵화’를 구체화하고 후속 협상을 위한 북한의 입장을 정리하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실제 김 위원장은 3차 북-중 정상회담(6월19~20일) 뒤 열흘 만인 30일에야 현지 시찰을 하며 공개 활동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공식적인 북-미 접촉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6월25일을 전후해 대미 비난을 자제한 것은 한·미 당국에 무언의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서 협상 상대가 관측대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인지, 리용호 외무상으로 바뀌었을지도 주요 관심사다.
무엇보다 이번 접촉에서는 향후 비핵화 및 체제안전보장 등 협상 과정의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요구사항인 비핵화와 검증, 검증의 시작인 북한의 핵무기·핵물질·핵시설에 대한 신고에 앞서 양쪽이 어떤 시간표에 따라 어떤 상응 조처를 상정하고 협상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접점부터 찾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비핵화를 요구하면 북한은 체제안전보장을 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체제안전보장 등에 대해) 북한의 구체적인 요구가 나오면 협상이 시작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진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번 협의에서 북-미 정상이 합의했던 △새로운 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등 세가지 합의사항이 모두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가 이번 접촉에서 방법론에 대략적으로 합의하면, 양국 정상이 앞서 약속한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 발굴·이송과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의 실행 단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김지은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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