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5구가 1998년 10월 판문점에서 유엔사 장병들에게 넘겨지고 있다. 이정우 <한겨레21> 기자
12일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라 알려진 미군 유해 송환과 관련한 북-미 실무협의가 북쪽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일단 열리지 못했다. 북-미 양쪽이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실무협의가 성사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유엔사 쪽에서 (판문점에) 나갔지만, 북쪽이 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가) ‘몇시에 만나자’ 확정하고 나간 건 아니라고 한다”면서 “(미국 쪽이) ‘몇시에 나가겠다’고 (통보) 했는데, (북쪽에서) 답이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판문점 실무협의 일정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7일 1박2일 간의 방북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밝히면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판문점에서 만남이 7월12일로 잡혔다. 하루 또는 이틀 변동이 있을 수는 있다”며 “유해 송환 책임자들 간 논의가 국경에서 열릴 것이며 그 프로세스는 이후 진전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날 판문점 실무협의가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으로 받아들여졌다.
북-미 협의 사정에 밝은 정부 당국자는 “지금 (북-미) 양쪽이 소통 중”이라며 “조만간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협의가 열리지 않은 정확한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쪽 발표와 달리 관련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의사소통 착오 또는 협의 부족 탓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날 아침까지 주한미군 관계자도 “(오늘 판문점 협의는) 유해 송환을 언제 할 것이며 어떤 절차에 따라 할지를 미국 정부와 미 국방부, 북한군이 만나 실무협의를 하는 자리”라면서 “(협의는) 오전 중에 열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회담이 열리지 못한 사실이 전해지자 유엔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 연락받은 바 없다”고만 했다.
이날 오전 판문점에 북쪽 관계자들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은 북-미가 애초에 이날 협의 일정에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못했거나, 합의하고도 북쪽이 변심해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뒤 북쪽이 낸 외교부 대변인 담화에는 실무협의 일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담화에서 복쪽은 “미군 유골 발굴을 위한 실무협상을 조속히 시작할데 대한 문제 등 광범위한 행동조치들을 각기 동시적으로 취하는 문제를 토의할 것을 제기하였다”고만 밝혔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의 유해 송환은 6월12일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명시된 사항이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에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미군 유해 송환을 포함하여 6·12 북미 정상회담 시 양 정상 간 합의된 사항들이 신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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