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한 싱가포르에서 8월 초부터 아세안지역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린다. 북-미, 남북, 북-일 등 동북아 관련 각국 간 양자회담 성사와 그 결과가 관심사다. 사진은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 서명 장면. 연합뉴스
정전협정 65돌 기념일에 이뤄진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 조처가 북-미 간 신뢰구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8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포럼(ARF·이하 포럼)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만나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의 추가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들어 두 차례 정상회담이 이뤄진 남과 북, 겉으론 여전히 ‘적대적’인 북-일 양자 외교장관회담이 열릴지도 관심사다.
올해로 스물다섯번째를 맞는 아세안지역포럼은 북한이 유일하게 정회원으로 참석하는 역내 다자안보협의체다. 한반도 정세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남북을 포함한 미·중·일·러 동북아 관련 각국의 대화 마당으로 이 다자회의체가 활용돼온 이유다.
실제 백남순 외무상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사상 첫 북-미 양자 외교장관 회담이 2000년 7월 타이 방콕에서 열린 9차 포럼 계기에 성사됐다. 북-미는 2002년과 2004년에도 브루나이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포럼을 계기로 마주 앉은 바 있다. 북-미 관계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30일 “아직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미국은 이번 포럼에서 북한과 만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로켓 엔진 시험대 등을 부분 해체한 데 이어 미군 유해 송환까지 잇달아 우호 조처를 이행하고 있어, 양쪽이 이번 기회를 흘려보내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북-미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 이행의 방법과 순서 등을 두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여온 터라 양쪽이 접점을 찾는 게 관건이다. 미국은 비핵화 프로세스의 시작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등을, 북한은 관계 정상화의 시작으로 미국에 종전선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남북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지도 관심사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리용호 외무상과 회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남쪽은 여러 채널을 통해 북쪽에 회담 제의를 하고 있으나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남북 외교장관은 2000년 포럼 때 처음 만났고,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포럼 계기에 만난 뒤 11년째 만나지 못하고 있다. 남·북·미 3자 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27일 기자들에게 “특별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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