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힌 남성 1명이 플라스틱통을 들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리비아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된 한국인 1명이 구조를 호소하는 동영상이 1일 공개됐다. 외교부는 이 한국인이 7월6일(현지시각) 리비아 서부 자발 하사우나 지역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돼 27일째 억류돼 있다고 확인했다.
이날 <218뉴스>라는 리비아 유력 언론사 페이스북 계정에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힌 남성 1명과 필리핀 국적이라고 밝힌 남성 3명 등 모두 4명이 구조를 요청하는 동영상이 올랐다. 2분43초 분량의 이 동영상에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힌 남성은 영어로 "제발 도와주세요, 대통령님, 내 조국은 한국입니다(please help me, president, our countrySouth Korea)"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수염이 더부룩했으며, 맨발에 샌들을 신고, 연두색 줄무늬가 있는 셔츠를 입고 있었다. 목이 마른 듯 플라스틱통을 들어 물을 마시기도 했다. 4명이 구조를 호소하는 동안 뒤에선 복면을 쓴 괴한이 총을 들고 앉아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전 8시께 리비아 현지로부터 동영상이 올랐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218뉴스> 페이스북 계정은 팔로어가 7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남성은 7월6일(현지시각) 오전 8시께 리비아 서부 자발 하사우나 지역에 있는 물관리회사에서 일하다 무장괴한 10여명에게 납치됐다. 무장괴한들은 물관리회사의 외국인 캠프에 침입해 외국인들을 납치하고 물품을 빼앗았다. 경비가 소홀한 시간을 틈타 외국인 캠프를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캠프에는 50가구가 거주했으나 한국인은 납치된 남성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괴한들은 동영상에서 자신들의 정체나 성격, 요구사항을 밝히지 않았다. 리비아 정부는 이들이 이슬람국가(IS)나 알케에다 등과 연계된 이슬람주의세력이기보다는 특정 지역을 장악한 무장민병대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정부는 국가최고위원회에 부총리가 지휘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무장단체가 동영상을 공개한만틈 조만간 요구사항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비아에는 이슬람계 무장단체를 포함해 1700개가 넘는 무장세력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부족세력의 무장민병대도 다수가 활동하면서 납치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리비아 남서부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터키인 직원들이 납치돼 7개월 만에 풀려났다. 2014년 1월에는 한석우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트리폴리 무역관장이 트리폴리 시내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사흘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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