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한-캄보디아 외교장관 회담을 기다리고 있다.
제25차 아세안지역포럼(ARF·이하 포럼) 외교장관 회의 등 아세안(ASEAN)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일 말레이시아와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브루나이 및 라오스와 종일 연쇄 양자회담을 이어갔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대한 지지를 구하는 한편 변화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설명도 했다.
강 장관의 회담에 배석한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강 장관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공개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해 조기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측면이 있는데, 비핵화라는 것은 복잡한 과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또 “북한만이 일방적으로 비핵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이 원하는 평화체제, 안전보장 차원에서도 논의가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의 이런 발언은 북한이 미국을 향해 ‘비핵화 요구만 일방적으로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눈길을 끈다. 북-미는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 이행의 방법과 순서 등을 두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 프로세스의 시작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등을, 북한은 관계 정상화의 시작으로 미국에 종전선언 채택을 요구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후속 협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강 장관이 북한이 그간 핵 개발은 ‘억제력(deterrence)'을 갖기 위함이라고 주장해온 만큼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평화체제 논의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아세안 쪽 외교장관들은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를 환영하면서 한국 정부의 노력에 지지를 보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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