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녁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갈라 만찬’에서 만난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외교부 제공
3일 제25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하 포럼)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남북 현안 등을 놓고 대화했지만 공식 회담은 불발됐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만찬장에서 강 장관과 리 외무상이 자연스럽게 조우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여러 상황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대화 중에 우리 측이 별도 외교장관 간 회담 필요성을 타진했는데, 북측은 외교장관 회담에 응할 입장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포럼 ‘갈라 만찬’에서 리 외상과 만나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외교부는 강 장관이 리 외무상에게 먼저 다가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리 외무상이 정식 회담 제의에 응하지 않은 것은 최근 북한이 남북 관계의 진전 속도가 더디다며 불만을 표시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 이날 강 장관과 회담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에 이어 “종전선언의 긍정적 역할”을 언급했다.
지난해 이 포럼 때 한 양자 회담 당시 두 장관이 ‘설전’을 벌인 사드 문제는 이번에도 의제에 올랐다. 다만 지난해 말 양국이 관계 개선에 합의해, 발언의 ‘강도’는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을 언급하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강 장관은 “양국 교류 협력이 정상화되도록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중국이 ‘경제 보복’을 완전히 풀지 않은 문제를 에둘러 지적한 셈이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 “사드 문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어제 한국 기자의 질문에 설명한 바 있다”며 “공개적으로 중국의 입장을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각 당사국, 특히 남북 양쪽이 종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강 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종전선언은)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어서 비핵화 견인에 긍정적이고 유용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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