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취소된 것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미국의 우려 때문이라고 미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8일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부대사(차석)가 전날 아산정책연구원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국의 동서센터와 서울에서 공동 주최한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의소리>에 따르면 랩슨 부대사는 이 자리에서 “최근 북한에서 나오고 있는 징후들을 북한이 아직 비핵화를 향한 의미있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두고 “미국의 강력한 우려가 가장 잘 표명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랩슨 부대사는 또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갈 준비가 돼 있지만 상대방(북한)이 준비됐을 때만 갈 수 있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은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는 전했다. 애초 폼페이오 장관은 27일께 4차 방북을 해 미국의 새 대북정책 특별대표 스티브 비건을 북쪽 인사들에게 소개하는 등 북-미 후속협상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었으나 방북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방북 계획을 전격 취소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를 전환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번 일로 북-미 관계는 한층 더 앞을 보기 힘들어졌다.
이에 랩슨 부대사는 “그 사이에 미국과 한국은 국제사회의 동맹국과 같은 생각을 가진 다른 나라들과 함께 북한의 핵무기가 더는 위협이 되지 않을 때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고 한국을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긴밀히 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랩슨 부대사는 1984년 주한 미국대사관 및 부산 미국영사관 근무를 시작으로 주한 미국대사관 경제과(1997~2000년), 미 국무부 한국과장(2012-2015년)을 거쳐 지난 7월 말 주한 미국대사관 차석(부대사)로 부임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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