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치유재단’ 해산을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1인시위에 나서 “즉각 해산”을 요구한 재단법인 화해·치유재단(이하 재단)은 지난해 말 외부 이사진 전원이 사퇴하면서 8개월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정부는 일단 연내 재단을 해산한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오는 10월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일 정상회담 뒤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화해·치유재단은 한-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2015년 12월28일 발표한 합의(12·28 합의)에 따라 2016년 7월 설립됐다. 일본 정부가 송금한 출연금 10억엔(108억원)으로 재단은 생존자(2015년 12월28일 기준) 46명 가운데 34명, 사망자 199명 중 58명(유족)에게 각각 1억원과 2000만원씩을 지급했다.
재단의 기능이 전면 중단된 것은 지난해 말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가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다. 티에프 발표 전날 재단 이사진 11명 가운데 5명이 사의를 밝혔다. 김태현 이사장과 2명의 이사진은 그에 앞서 사임했다. 정부 쪽 이사진 3명만 남은 상황에서, 재단 사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재단에는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출연금 중 61억원이 남아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재단에 출연한 10억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 위해 예비비(103억원)를 편성했다. ‘10억엔’은 12·28 합의의 본질적 부분 중 하나였던 만큼 정부 예산으로 이를 충당하겠다는 방침은, 정부가 사실상 합의를 무력화하는 한편 일본 정부와의 직접적 충돌은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 설치, 정부 주관으로 첫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 진행 등 ‘위안부’ 문제 관련 후속 조처를 잇달아 내놨다. 지난달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한-일 간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전시 여성 성폭력의 문제, 인류 보편적 여성 인권의 문제”임을 강조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가 12·28 합의를 문제삼아 일본을 자극하는 대신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국내적 조처를 이행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우회 타격’을 지속하는 장기전에 돌입했다는 풀이다. 김복동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의 ‘2차 국민행동’은 이런 정부의 입장에 반발하며, 재단 해산을 통한 12·28 합의의 전면 폐기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재단에 남아 있는 일본 정부 출연금과 정부가 새로 편성한 103억원의 용처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면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재단 처리와 관련해선, 지난달 2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말까지 (재단을 해산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3일 “연내에 (재단을) 해산하는 걸로 부처 간 협의 중”이라고 확인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10월 한-일 정상회담 상황을 보고 어떤 방향으로 조율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와 외교부는 좀 더 유보적인 입장이다. 여성가족부 당국자는 재단 처리와 관련해 이날 “연내 의사 결정을 목표로 하고 있고 외교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김지은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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