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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희비 엇갈린 4차례 한-미 대북특사, 이번엔?

등록 2018-09-05 15:45수정 2018-09-05 20:43

정의용·서훈 특사단 오늘 2차 방북
1차땐 남북정상회담, 북미 초석 성과
폼페이오 미 국무도 3차례 방북해
억류자 석방·정상회담 조율 등
7월엔 ‘빈손 귀국’ 미 여론 뭇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평양에 도착했다. 당일치기 일정으로 떠난 이들에겐 3차 남북정상회담을 확정하고, 북-미가 수긍 가능한 비핵화-관계 정상화 초기 단계의 접점 찾기의 과제가 주어졌다. 무엇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접견 여부가 중요하다. 이르면 이날 저녁 공개될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앞서 올봄부터 시작된 한-미 두 나라의 ‘대북 특사 외교’를 돌아본다. 이번까지 모두 다섯 차례 방북했던 한-미 대북 특사단은 대체로 북쪽으로부터 ‘선물’을 챙겨 나왔으나, ‘빈손’으로 귀국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우도 있다. 이번 특사단은 어떤 보따리를 챙겨올까?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이 지난 3월5일 평양 조선노동당 본관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이 지난 3월5일 평양 조선노동당 본관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1 큰 성과 챙긴 문재인 대통령의 첫 대북 특사 외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특사 외교의 테이프를 끊은 것은 지난 3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2월 평창겨울올림픽 계기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내려왔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방남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특별사절단을 꾸려 보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단장을 맡고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함께 3월5일 평양으로 출발해 이튿날 돌아왔다. 이 다섯명의 특사가 꼭 6개월 만에 다시 평양에 가 있다.

당시 이들은 문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4시간 넘게 김 위원장과 남북 간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며 6개항으로 이뤄진 ‘특사 방북 결과 언론발표문’을 발표했다. ① 4월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②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 및 정상회담 이전 첫 통화 ③ 북, 한반도 비핵화 의지 확인 ④ 북, 비핵화 협의 및 북-미 관계 정상화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 용의 표명 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 ⑥ 북, 남쪽 태권도시범단·예술단 평양 초청이 그 내용이었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3월6일 오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대표단과 접견 및 만찬을 했던 10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만찬을 끝내고 특사단을 차에 태운 뒤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3월6일 오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대표단과 접견 및 만찬을 했던 10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만찬을 끝내고 특사단을 차에 태운 뒤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특사단은 이 결과물을 들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했다. 정 실장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약속과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의사를 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관련 내용을 직접 백악관 앞에서 발표하도록 했다. 정 실장은 8일(현지시각) 저녁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북-미 간 조율 과정을 거쳐 북-미 정상회담은 6월12일에 개최됐지만, 북-미 정상회담은 정 실장의 발표를 통해 처음으로 가시화됐다. 특사단은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요 관련국들에도 직접 가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지지를 구했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고 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정면 왼쪽)이 8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맨 오른쪽부터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청와대 제공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고 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정면 왼쪽)이 8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맨 오른쪽부터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청와대 제공

2 전 세계가 놀란 폼페이오의 극비 1차 방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갈무리
그로부터 한 달 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로 극비리에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의 1차 방북은 지난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 이후 18년 만에 이뤄진 미 행정부 현직 고위 인사의 방북이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4.17)로 처음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사실은 이튿날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관련 사실을 공개해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 정상회담과 관련해 구체적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최측근 폼페이오를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데 이어 ‘밀사’로 평양에 보낸 사실이 확인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진지하게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새러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 트위터 갈무리.
새러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 트위터 갈무리.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장관으로 취임한 다음날인 4월27일(현지시각,) 새러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에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나란히 찍은 사진 2장을 올렸다. 샌더스 대변인이 이 사진들 밑에 “앞서 확인된 부활절 주말 여행에서 찍은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그간 분분했던 폼페이오 장관의 1차 방북 일정은 3월31일~4월1일이었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때 김 위원장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하고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3 억류자 3명 석방 ‘선물’ 챙긴 폼페이오 2차 방북

5월9일 평양에서 재회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조선노동당 청사에서 활짝 웃으며 걸어가고 있다. 10일치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5월9일 평양에서 재회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조선노동당 청사에서 활짝 웃으며 걸어가고 있다. 10일치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폼페이오 장관은 한 달 만에 다시 평양 순안공항을 찾았다. 김 위원장이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차 정상회담(7~8일)을 한 다음날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급작스러운 2차 방북 직전, 워싱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순조롭지 못하다거나 북-미 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는 풍문이 돌았다. 그러나 이도 잠시, 9일 김 위원장과 만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넘겨받아 귀국길에 오르면서 북-미 정상회담 전망도 다시 밝아졌다. 당시 귀국길에 오른 폼페이오 장관은 동행했던 기자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은 며칠 내로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접견한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안”을 언급하며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전했다.

5월10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왼쪽), 김동철(가운데), 김학송씨가 두 손을 번쩍 들고 걸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쪽 가운데)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뒤쪽)은 박수 치며 미소 짓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5월10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왼쪽), 김동철(가운데), 김학송씨가 두 손을 번쩍 들고 걸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쪽 가운데)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뒤쪽)은 박수 치며 미소 짓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5월10일 트위터를 통해 “매우 기대되는 김정은(국무위원장)과 나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6월12일 개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은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확정 짓는 동시에 억류자 3명 석방이라는 성과를 안고 마무리됐다. 한국계 미국인 억류자 3명이 귀국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직접 마중 나가 김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4 ‘빈손 방북’ 오명 쓴 폼페이오 3차 방북

7월7일 이틀째 평양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7월7일 이틀째 평양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북-미 간 교착은 7월 6~7일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때부터 그 조짐이 보였다.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비핵화-관계 정상화 후속 협상을 위해 갔지만 앞선 방북과는 달랐다.

우선 1·2차 방북 때와 달리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면담을 하지 못했다. 이후 미국 쪽은 애초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당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예정에 없었다고 밝혔지만, 1차 방북 때도 ‘면담 일정은 계획에 없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틀에 걸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과 긴 회담을 진행했다.

비핵화 협상을 염두에 둔 폼페이오 장관은 이때 판문점 실무회담을 이끈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알렉스 웡 동아태 부차관보,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센터 센터장과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 ‘협상팀’을 이끌고 갔다. 앤드루 김 센터장과 단출하게 방북했던 앞선 방문과 달랐다. 2차 방북 때보다 동행한 미 국무부 기자들의 수도 많아졌다. 하지만 ‘세기의 회담’ 뒤 한껏 높아졌던 여론의 기대를 만족할 만한 결과물은 없었다.

3차 방북 뒤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전쟁 전사한 미군 송환 논의를 위한 북-미 실무협상 일정과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 관련 후속 실무회담 개최 합의 사실을 밝혔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북-미가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고도 밝혔으나, 협상 개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지 몇 시간 만에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내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 정세 악화와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문제인 조선반도평화체제 구축문제에 대하여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대한 진전을 요구해온 미국 여론은 급속히 악화했고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은 ‘빈손 방북’이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지난달 27일로 예정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전격 취소된 상황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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