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9일 두번째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을 접견한 뒤 악수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4차 방북을 계기로 일본-한국-중국을 잇달아 방문한다. 직전 3차 방북 때 동선과 비교하면,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의 일정이 예고되지 않았고, 일본의 비중이 전보다 낮아진 듯한 대목이 눈에 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2일(현지시각) 발표한 폼페이오 장관의 방문 일정을 보면, 6~7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총리, 고노 다로 외무상과의 만남으로 동북아 4국 순방을 시작한다. 7일 평양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과 만난다. 7일 늦은 오후 서울로 와 1박2일(7~8일)간 머무르며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만난다. 8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중국 대화 상대”와 “양자, 지역, 그리고 글로벌 이슈를 논의”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에 앞서 방일하는 일정을 잡은 데에는 납치자 문제나 북-일 정상회담 등과 관련한 아베 총리 등의 의견을 듣고 북쪽에 전달하는 ‘일본 배려 모양새’를 취하려는 외교적 고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방북 뒤 폼페이오 장관이 서울행을 택한 데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이번 방북의 가교를 놓으며 북-미 관계의 ‘중재자·촉진자’ 노릇을 톡톡히 한 문 대통령한테 가장 먼저 결과를 직접 설명하고 추가 협의를 하려는 뜻이 담긴 듯하다. 방북 전 방일이 ‘외교적 배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방북 직후 서울행에는 ‘실질적 필요’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도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13~14일)으로 직행해 문 대통령한테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의견을 나눈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3차 방북(7월6~7일) 뒤에는 도쿄에 들러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전격 취소됐지만,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의 8월27일 4차 방북 뒤 일본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했다. 1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도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번에 한·미·일 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은 이전과는 달리 ‘제재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의 1차 방북(3월 말)은 극비리에 진행됐고, 5월 2차 방북 때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방미해 폼페이오 장관과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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