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을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 8일 서울에서 수행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가급적 이른 시일내’ 2차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가운데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실무협상 장소와 시간을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북·미 모두 실무협상의 조기 개최를 희망하는 상황이어서 이르면 다음주 초에는 테이블이 차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실무협상에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나설 것으로 확인됐다. 평양 방문을 마치고 서울에 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부장관은 8일 중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스티븐의 카운터파트는 최선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앞서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실무협상을 제안하며 카운터파트로만 언급했던 이를 최 부상으로 특정한 것이다.
실무협상 시기를 잡는 문제는 북한의 외교 일정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러 수교 70주년을 맞는 12일을 즈음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돌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인 최 부상은 중국을 거쳐 9일 러시아에서 북·중·러 외교차관급 ‘3국 협의’를 진행했다. 비건 특별대표가 “카운터파트에게 가능한 한 빨리 보자고 초청장을 발송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선택은 북한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 장소는 유동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여기서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 대신 ‘여기’를 언급한 것이다. 실무협상 장소가 빈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폼페이오 장관은 "누가 알겠느냐"고 답했다. 이 때문에 실무협상 장소를 놓고 북-미 간에 이견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이 빈을 제안했으나, 북한이 확답을 하지 않은 상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폼페이오 장관의 ‘여기’가 판문점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실무협의는 모두 판문점에서 열렸다. 실무협상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라는 시간표 위에서 움직이는 만큼 제3의 장소를 정하더라도 접근성이나 편의성 같은 물리적 조건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무협상에선 1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를 이행하는 방안과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미국의 상응조처 조합을 찾는 게 핵심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 일정한 진전을 확인해야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정하는 문제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나눈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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