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 헤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한겨레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럽순방에서 “북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서면 유엔 제재 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밝힌 뒤 ‘불가역적 비핵화 단계’의 정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한 구체적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가역적 비핵화’이라는 개념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리 헤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차장은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8일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헤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 내 모든 핵무기의 국외 반출과 △고농축 우라늄, 플루토늄 등 핵물질 생산시설의 폐기 또는 불능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같은 조처에 대한 검증도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헤이노넨 전 차장은 북쪽이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및 검증 절차를 마친다고 해도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역적인 단계라고 판단하기엔 어렵다고 밝혔다. 영변 핵단지 밖에 적어도 1개 이상의 고농축 시설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영변을 폐기한다고 해도 북한은 여전히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의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아, 비핵화가 불가역적인 단계로 들어서려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넘어선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를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역시 북한의 핵무기 규모 등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변 등 핵시설의 폐기와 검증은 매우 중대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으나 북한이 여전히 수십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해당 개념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모든 핵시설을 신고하고 사찰단의 접근을 허용해 북한의 핵무기 규모가 어느 정도 파악됐을 때 제재 완화 같은 상응조처를 취하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