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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결국 사라진 화해·치유재단…10억엔 운명은 ‘아직’

등록 2018-11-21 19:19수정 2018-11-21 22:39

여성가족부, 재단 해산 공식발표

강제징용 판결 겹쳐 한일관계 냉각
위안부 합의 파기 선언은 안 해
두 나라 관계 영향 제한적 분석도

일 출연 10억엔 처리 등도 과제
해산까지 법적 절차 6개월~1년
일본과 외교적 해법 찾을 방침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다고 공식 발표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로에 있는 재단 사무실 문이 오가는 이 없이 닫혀 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엔으로 이듬해 7월 출범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다고 공식 발표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로에 있는 재단 사무실 문이 오가는 이 없이 닫혀 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엔으로 이듬해 7월 출범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부가 2015년 일본과의 ‘12·28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21일 공식 발표했다. 여성가족부가 이날 ‘설립 허가 취소’를 발표한 화해·치유재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 맺은 ‘위안부 합의’의 핵심이다. 재단은 2016년 7월 설립 때부터 피해자들의 동의도,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도 없다는 비판을 받다가 28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위안부 합의’ 파기나 재협상 요구는 담지 않았다. 2015년 12월28일 한-일 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의 핵심은 일본이 10억엔을 출연해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에 사용하기로 한 화해·치유재단의 설립과 일본의 진정한 사과였다. 그러나 2016년 10월 사죄 편지를 써서 피해자들에게 전달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으로 사죄의 진정성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재단은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약 108억원)으로 생존 피해자 총 47명 중 34명, 사망 피해자 199명 중 58명(유족 수령)에게 치유금으로 총 44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는 합의 체결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재검토 결과를 내놨다. 재단의 민간인 이사들은 지난해 말까지 전원 사퇴했고 재단은 유명무실한 상태가 됐다.

피해자들은 재단 해산을 요구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9월25일 미국 뉴욕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면서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못 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재단 해산 방침을 통보했다. 재단이 공식 해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1990년대 일본 민간 모금 형식으로 추진된 아시아여성기금에 이어 ‘실패한 해법’으로 기록되게 됐다.

다음 과제는 일본이 재단에 출연한 10억엔의 처리다. 재단에는 일본 출연금 가운데 57억8천만원과 우리 정부가 출연한 103억원을 더해 160억원 정도가 남아 있다. 피해자 단체들은 10억엔을 일본에 반환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반환하려 해도 일본 정부가 수령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여가부는 “재단 잔여기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합리적인 처리 방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재단 해산까지 법적 절차에 걸리는 6개월~1년 동안 일본 정부와 협의하면서 외교적 해법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말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손해배상 판결에 이어 재단 해산 결정이 겹치면서 한-일 관계 냉각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국 모두 재단 해산을 ‘한-일 위안부 합의’의 파기라고까지는 선언하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엔 강제적 실종 위원회(CED)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보상이 불충분하다는 최종 견해를 나타낸 상황이어서 위안부 문제를 쟁점화하는 것은 일본에 불리하다.

사퇴한 재단 민간이사 가운데 한명인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재단 해산은 잘된 결정이다.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남은 기금을 반환하는 것보다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추모, 연구조사, 교육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면서, 한-일 관계를 진전시킬 계기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문제는 재단 해산보다는 해산 뒤에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어떻게 처리할지다. 파기 수순으로 갈지 제3의 길을 갈지에 대해 한국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10억엔을 돌려주겠다고 하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합의를 먼저 파기했다고 공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민희 박다해 기자, 도쿄/조기원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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