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미 돌파구 열어 2차 정상회담 선순환 동력 만들까
제재 완화 기대하는 김정은에게 건넬 청와대의 카드는
찬반 엇갈리는 남쪽 여론 감안하면 경호·안전도 숙제
제재 완화 기대하는 김정은에게 건넬 청와대의 카드는
찬반 엇갈리는 남쪽 여론 감안하면 경호·안전도 숙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한-미 정상이 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밝히면서, 관심은 김 위원장의 선택에 집중되고 있다. 소강상태에 빠져 있던 북-미 간 비핵화-관계정상화 협상 속에서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전망과 그에 앞선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실질적 성과, 답방에 대한 남쪽 여론 등을 살피며 결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 북-미 정상회담 전망 주말 새 급부상한 김 위원장의 조기 답방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성사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북 협상에 반대하는 미국 정치권과 여론의 완고함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성’을 발휘하고 북-미가 2차 정상회담의 동력을 확보하려면 북한의 ‘양보’(추가 비핵화 조처 등)가 미국의 ‘양보’(상응조처)를 끌어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김 위원장이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동창리와 영변 등 주요 핵·미사일 시설의 사찰과 조건부 폐기를 약속했듯 서울 답방에서 추가적 조처를 제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지난 4월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전략적 노선을 선택하고 경제에 힘을 쏟아온 김 위원장에게 대북제재 완화·해제가 절실하다는 점도 조기 답방 가능성에 힘을 싣는 근거다. 1일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동해지구 군부대 산하 수산사업소 3곳 시찰 소식을 전한 것은 13일 만에 나온 공개활동 보도로, 김 위원장이 모종의 결론을 내린 게 아니냐는 풀이도 있다.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조기 답방 성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남북관계 측면의 고유한 맥락도 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미국의 입장 변화를 조건으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와대의 김 위원장 조기 답방 추진은) 북-미 관계와 무관하게 남북 간 신뢰 구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북 약속 차원에서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실현하는 게 맞지만 미국의 답이 없는 상황에서 서울에 왔을 때 어떤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 답방의 성과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상 첫 서울 방문에 걸맞은 실질적인 성과물을 남북이 주고받을 수 있을지도 주요하게 고려될 부분이다.
가장 낮은 단계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이 서울 방문에서 얻을 수 있는 ‘이미지 제고’ 효과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반북 시위 등) 어려움이 있더라도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험지라도 간다는 지도자상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부분”이라며 “서울 방문을 통해 정상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상의 토대를 잡고 워싱턴, 유엔본부로 (무대를) 넓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재개하는 것도 김 위원장의 답방에 맞춰 고려해볼 수 있다. 최근 올로프 스코그 유엔주재 스웨덴 대사가 북한 상황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국제사회의 인도지원 관련 움직임에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다만 인도주의 지원 품목에 대한 면제 요청에도 냉랭한 것으로 전해진 미국 쪽의 태도가 변수다. 최대치의 성과라면 민생분야에서 대북제재 완화이겠으나 역시 문재인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부분이다.
■ 남쪽 여론 북한 관료들은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남쪽 여론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1일(현지시각)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있어 북에서 가장 신경 쓸 게 경호·안전 문제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앞서 “(서울 답방은) 주변에서 전부 다 반대했는데 완전히 김 위원장의 독자적 결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지난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서울 방문에 합의했으나, 김 위원장의 안전 문제와 북-미 관계 악화로 무산된 바 있다. 양무진 교수는 “야당의 자세가 상당히 중요하다. 야당 지도자의 통 큰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짚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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