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 통화 내용을 공개했던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3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별감찰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강해이 논란 이어 정상 통화 유출
엄중 문책 예고에 외부접촉 피해
통화내용 직원들 회람 범위도 조사
엄중 문책 예고에 외부접촉 피해
통화내용 직원들 회람 범위도 조사
주미대사관 소속 외교관 ㄱ씨가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미대사관은 물론 외교부도 ‘쑥대밭’이 된 분위기다. 외교관이 ‘3급 비밀’을 정치인에게 유출했다는 점 자체가 충격적인데다 ‘구겨진 태극기’ 등 잇단 실수에 더해 부적절한 처신을 한 대사들까지 소환되며 외교부 ‘기강해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터진 대형 사고여서 더욱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다.
24일 <한겨레>가 확인한 다수 외교관의 공통된 반응은 “(ㄱ씨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대통령 대화록,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미 정상 대화 내용은 무조건 3급 비밀이라 부내에서도 담당 부서 외엔 보안으로 한다는 건 상식”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업무상 필요 때문에 (권한 없이) 봤다고 해도 (유출한 것은) 어떻게 봐도 방어하기 어렵다”고 했으며, 한 간부급 외교관은 “왜 국회의원에게 유출했는지 의아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주미대사관의 분위기는 더 침울하다. 대사관 주요 부서 직원들은 이번 일이 알려진 뒤 기자들의 접촉을 피하고 있고, 연결이 되더라도 “아는 게 없다”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직 외교관의 전례 없는 기밀 유출을 둘러싼 외교부의 위기감은 이날 취임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의 발언에 고스란히 담겼다. 조 차관은 “외교부는 지금 비상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기강해이와 범법행위가 적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고 엄중한 문책 조치”를 예고했다.
이번 사건으로 ㄱ씨 개인의 ‘일탈’뿐 아니라 주미대사관 등 외교부 전반의 보안시스템도 점검 대상에 올랐다. ㄱ씨가 유출한 내용이 조윤제 주미대사 앞으로 보낸 친전인데 열람 권한이 없는 직원들까지 본 게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그동안 공관에서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대사 친전도 내부에서 회람 대상을 정해 제한적으로 열람해왔으며, 실제 필요한 일상 업무에 해당한다는 게 외교부 쪽 설명이다. 보안 규정상 허점으로 볼 수 있어, 현재 외교부에서는 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해진다. ㄱ씨가 회람 대상이 아니었을 경우 그 관리에 대한 책임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돼 외교부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김지은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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