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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북-미, 극비 협상장소에서 예비접촉…새 ‘계산법’ 탐색

등록 2019-10-05 05:00수정 2019-10-05 09:26

7개월여 만에 오늘 실무협상

스톡홀름 예비접촉 의제 논의 이어
‘비핵화?상응조처’ 접점 찾기
실무협상 치열한 줄다리기 예상

미 ‘비핵화 최종단계·로드맵’ 고수
‘부분적 제재완화 검토’ 가능성도
“협상 연장·다음 날짜 나오면 성공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왼쪽),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오른쪽). <한겨레> 자료사진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왼쪽),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오른쪽). <한겨레> 자료사진
북-미 실무협상 북한 대표단 가운데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정남혁 북한 미국연구소 연구사 등이 4일 오전 9시40분(현지시각)께 북-미 예비접촉 장소로 출발하기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대사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스톡홀름/연합뉴스
북-미 실무협상 북한 대표단 가운데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정남혁 북한 미국연구소 연구사 등이 4일 오전 9시40분(현지시각)께 북-미 예비접촉 장소로 출발하기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대사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스톡홀름/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의 실무협상 대표단이 4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예비접촉을 한 데 이어 5일 본격적인 실무협상을 위해 마주 앉는다.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을 내지 못한 채 결렬된 지 7개월여 만의 협상 재개다. 진척 상황에 따라 실무협상이 며칠 더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북·미 양국 대표단은 협상 장소 등을 공개하지 않은 채 움직이고 있다. 예비접촉이 열린 4일 오전 주스웨덴 북한 대사관에서 북쪽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를 제외한 권정근 전 미국담당 국장, 정남혁·김광학 북한 미국연구소 연구사 등이 차량을 이용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이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도 스웨덴 외교부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4일 예비접촉에는 차석대표급인 권정근 국장과 마크 램버트 미 대북특별부대표가 나와 실무협상에서 논의할 의제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수석대표인 김명길 대사와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마주 앉을 5일 실무협상에서는 북한이 내놓을 비핵화 조처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처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고 타협점을 마련하기 위한 치열한 밀당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시했던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검증에 대한 대가로 제재 완화와 안전 보장을 위한 어느 정도의 조처를 요구할지가 관건이다. 북한이 안전 보장의 일환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비핵화 최종 단계’에 대한 정의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 작성에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조처 수준에 따라 상응조처에서 하노이 회담 때보다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태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예컨대,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와 검증이 이뤄지고 나면 부분적인 제재 완화라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가 보도한, 북한의 ‘영변 핵시설의 검증 가능한 폐쇄 + 알파’ 대가로 북한산 섬유, 석탄 수출 금지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결의 2371·2375호) 일부를 3년 동안 유예하는 방안도 미국이 검토하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모두 하노이 회담 이후 꾸준히 입장을 냈기 때문에 서로 입장을 잘 숙지하고 있겠지만, 발표만으로 알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며 “이번 협상은 그 간극을 메우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협상 경험이 많은 한 정부 당국자는 이번 협상의 성패를 가늠할 기준으로 △협상이 연장되거나 △다음 협상 날짜를 정하거나 △일종의 ‘합의문’이 나오는 상황을 꼽았다. 북·미가 그만큼 진지하게 협상 의지를 보인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협상이지만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고 협의를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해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다음 협상의 구체적인 날짜가 정해지면 상당히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실무협상을 거듭해 작더라도 성과를 만든다면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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