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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북방외교 비화 공개…헝가리 수교 위해 1억2500만 달러 제공

등록 2020-03-31 12:06수정 2020-03-31 12:26

1989년 외교문서 공개
합의 의사록 첫 공개
약속한 은행차관 절반 제공해야 수교
동유럽 최초 헝가리와의 수교 비화 공개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88서울올림픽 개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활발한 북방 외교를 펼쳤던 노태우 정권이 1989년 2월 동유럽 최초로 헝가리와 수교하기 위해 1억2500만 달러의 은행차관을 제공한 사실이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한국이 헝가리와 수교 협상 과정에서 거액의 경제협력 자금을 약속한 점은 알려졌었지만, 그 규모가 6억5천만 달러에 이르고 한국이 차관을 제공한 뒤에야 수교가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점이 정부 문서를 통해 드러난 건 처음이다.

외교부는 31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30년 이상 경과한 1988~1989년 중심의 외교문서 1577권(약 24만쪽)을 주요 내용 요약본과 함께 일반에 공개했다.

한국과 헝가리는 두 차례의 협상 끝에 1988년 8월 12일 ‘상주대표부를 설치하고 그 이후 수교 교섭에 들어간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 의사록’에 서명했다. 의사록 내용에는 ‘한국이 헝가리와의 외교관계 수립을 위해 6억5천만 달러의 경협자금을 제공하고, 특히 약속한 은행차관의 절반인 1억2500만 달러를 헝가리에 제공한 뒤에야 수교한다’는 내용이 명문화돼 있다. 이 ‘합의 의사록’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한국은 실제 1988년 12월 14일 1억2500만 달러 규모의 은행 차관 계약을 체결했고, 양국은 이듬해 2월1일 수교했다. 헝가리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한국과의 수교에 소극적이었지만, 경제난이 심화하자 태도를 바꿨다. 정부는 협상 전 작성한 보고서에서 헝가리의 경협 제공 요구에 응하면 ‘다른 국가와의 수교 및 경협 확대 시 동종 요구 가능성’이라고 우려했는데, 실제 한국은 그해 11월 폴란드와 수교하면서도 4억5천만 달러의 경협을 제공해야 했다.

김소연 박민희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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