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무급휴직 통보를 규탄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 25일 한국인 노동자 4000여명에게 4월1일부터 무급휴직을 시행할 것을 통보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4000여명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못해 1일부터 강제 무급휴직에 내몰리게 됐다. 주한미군 주둔 70여년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목표를 관철하려고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볼모로 무급휴직을 강행해, 한-미 동맹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한-미 간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등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도 높은 상황이다. 특히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협력 협의 등 전화통화 뒤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유의 무급휴직 사태가 장기화하지는 않으리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협상 수석대표인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는 31일 오후 정부 전자 회견(e-브리핑) 누리집에 올린 영상메시지에서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인 근로자 일부에 대해 무급휴직을 예정대로 1일부터 시행할 것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미국의 조처는) 양국의 협상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유감스럽다”며 “무급휴직 대상 한국인 근로자들이 조속히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정부도 협상 과정에서 무급휴직 시행 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현재 우리 국방예산에 편성돼 있는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예산을 우선 집행하는 방안도 미국 측에 제안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한국 정부가 우선 주한미군 노동자들한테 모든 임금을 지급하겠다’며 인건비 해결 양해각서(MOU) 체결을 지난 2월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쪽은 이런 방안을 모두 거부했다. 인건비 문제를 우선 해소하며 한국을 압박할 카드가 사라질까 미국이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 대사는 한-미 방위비 협상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달 중순 미국에서 개최된 7차 회의 이후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협상 타결을 위한 막바지 조율 단계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양국은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방위비분담 협상이 상호 호혜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적용돼야 할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지난해 9월부터 벌였지만 총액 등에서 이견을 보여 지금껏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 대사는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 대책 마련과 함께 조속한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한미군한국인노조는 자료를 내어 “동맹국 국민의 생계는 무시하며 미국 국민을 위한 코로나19 지원을 요청한 미국의 행동에서 한-미 동맹의 정신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미국은 당장 무급휴직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한국 정부에도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수립해줄 것을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노조는 1일 낮 평택 미군기지 안정리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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