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중국을 “악랄한 독재정권'”라고 비난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020-05-21
미국이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책임론과 안보 위협 등을 거론하며 동맹들을 향해 ‘화웨이를 쓰지 말라’고 촉구하는 등 ‘반중국 전선’ 참여를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미-중 간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우리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미 국무부가 공개한 발언록을 보면,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전날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들과의 전화간담회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달 발표한 ‘5G(5세대) 클린 패스 (Clean Path) 구상’을 거론했다. 크라크 차관은 “이는 화웨이와 중싱통신(ZTE) 등 신뢰할 수 없는 판매자가 공급하는 어떠한 5G 장비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동맹국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크라크 차관은 중국을 빼고 미국의 우방들로만 세계 공급망을 개편하는 ‘경제번영 네트워크’(EPN)와 관련해서도 “한국과 대화를 나눴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포드 국무부 국제 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도 이날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술 회사들이 야기하는 위협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중국 기술기업의 생태계 바깥에 있는 공급자들을 점점 더 찾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는 한국의 삼성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공급망을 변경하면 삼성전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크라크 차관 등의 발언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미-중 간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러한 대중국 강경책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 사회 전반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발 위기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을 외부로 떠넘기려는 대선 전략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중 대결구도 강화 정세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2일 ‘크라크 차관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에 참여 제안이 왔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다만 경제번영네트워크 구상은 아직 검토 단계이며, 글로벌 경제 분야에 있어 다양한 구상 정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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