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5일 화상으로 열린 ‘2020 글로벌 백신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외교부 제공
미국이 우리 정부에 중국을 뺀 우방국 경제연합체인 ‘경제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EPN)에 대해 설명하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이 ‘정부 대 정부’ 채널로 이피엔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사실상의 참여 압박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5일 이태호 2차관이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과 오전에 통화를 하고 이피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다만 이피엔이 아직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크라크 차관도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지는 않았다고 외교부는 덧붙였다. 이피엔은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경제블록’으로 세계 경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의 경제연합체를 만들자는 구상의 산물이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등 우방국까지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우리 정부로선 ‘반중국 전선’의 성격이 명확한 이 기구에 참여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피엔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우리의 원칙과 비전 등 여러 가지 측면을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통화한 양국 차관은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의 수석대표다. 두 차관은 통화에서 올 하반기 미국에서 제5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대면회의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사전준비를 위해 이달 말 국장급 협의를 진행하는 데도 합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경제협의회에선 한-미 경제협력 등 포괄적으로 모든 사안을 다룬다”며 “미국이 이피엔을 어느 정도 구체화할지 지켜봐야겠지만 당연히 논의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