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활동가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한미워킹그룹 회의에 즈음한 평화행동'을 열고 대북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이번 방미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이 본부장은 이날 낮 워싱턴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방문 목적과 일정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외교부는 이번 방미 목적에 대해 “이 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현 한반도 상황을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미의 핵심 목표는 ‘상황 악화 방지’라고 알려졌다. 북한이 추가로 군사 조처를 행동에 옮기면서 긴장이 격화되자, 한반도 정세가 2017년과 같은 남북 간, 북-미 간 강대강 국면으로 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전격적으로 방미를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이번주 워싱턴에 머물며 카운터파트인 비건 대표를 비롯해 국무부 및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 등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경제협력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 등이 다뤄질지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지난 16일 논평에서 “미국은 남북관계에 관한 한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는 이 본부장이 대미 특사 자격으로 방미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특사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 계획된 일정에 따라 미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 외교당국은 수석대표 협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한달 전께부터 협의 시기와 방식을 조율 중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4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남쪽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이를 “못 본 척”하는 한국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담화를 낸 뒤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수석대표 협의 일정이 최종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김 제1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응분의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이라는 조건을 걸었지만 △금강산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예고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제재하는 기존의 행정명령들을 1년 더 연장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8년 발동된 행정명령 13466호와 그 뒤 확대돼온 5건 등 모두 6건의 대북제재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의회에 통보하고 연방관보에 게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통지문에서 “한반도에서 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분열 물질의 존재와 확산의 위험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장은 첫 행정명령 13466호가 발동된 2008년 6월26일 이후 매해 6월 하순마다 이뤄져왔다. 올해의 경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이 맞물리긴 했지만 예정된 일정표에 따라 이뤄지는 행정조치라 미국이 북한을 겨냥해 추가 연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지원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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