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현안 협의와 미국 대선 이후 동향 파악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미국의 46번째 대통령 당선자가 된 8일, 한국 정부와 정치권도 새로 들어설 미 행정부와 보조를 맞출 채비에 분주했다.
공교롭게도 바이든이 당선된 날 방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한다. 이번 방문은 10월 초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무산되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강 장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한-미 관계는 지금 좀 민감한 시기이긴 하지만 늘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내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예정된 외교 일정을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정권 교체가 명확해진 만큼 트럼프 행정부와 북-미 관계, 방위비분담 협상 등 현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는 데는 한계가 예상된다.
자연스레 눈길은 강 장관과 바이든 쪽의 접촉 여부에 쏠린다. 내년 1월20일 취임식에 앞서 당선자의 정책 구상을 파악하는 것은 각국 외교당국이 직면한 최우선 과제다. 특히 임기 후반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새 행정부와 접점을 늘려 표류 중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전진시키고 트럼프 행정부와 삐걱댔던 방위비분담 협상 등 동맹 사안을 정상 궤도에 올릴 필요가 있다.
강 장관은 이날 공항에서 “두루두루 의회나 학계 쪽 인사들을 좀 많이 만나서 민감한 시기이긴 하지만 한-미 관계를 더 굳건히 다지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유익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크리스 쿤스 민주당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차관과 만남을 추진한다고 전해진다. 쿤스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첫 외교 수장으로, 플러노이 전 차관은 미국의 첫 여성 국방장관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여야 정치권도 ‘바이든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당내 한반도 티에프(TF) 단장인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과 김한정·김병기·윤건영 의원 등이 오는 16일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쪽과 외교 채널 구축에 나선다. 송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시스템 외교’를 되살릴 것이고 주변 주요 인물들과 의회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한-미 관계에 있어서 정교한 논리를 바탕으로 한 정통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바이든의 외교 정책고문인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쿤스 상원의원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인연이 있다.
바이든이 미 상원 외교위원장과 부통령을 지낸 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겹쳐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과도 접촉한 바 있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2008년 8월 한미의원외교협의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과 독대한 바 있다. 박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바이든은 동맹을 존중하는 분이고, 미국 일방주의를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한-미 관계 회복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지은 이지혜 장나래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