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부통령으로 재임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DC에 있는 6·25전쟁 참전 기념공원을 찾은 강 장관은 헌화를 한 뒤 기자들에게 “바이든 쪽 여러 인사가 공개적으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그때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간다는 것을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여러 경과나 성과를 바탕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당선자가 정부를 이끌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과거 민주당 시절 정책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부터 퇴임 때까지 유지한 대북 정책으로, 북한이 먼저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도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기조였다.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 없는 세상 만들기’를 주창하고 있을 당시 북한이 인공위성 로켓을 쏜 데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가 논의되던 그해 5월에는 제2차 핵실험을 하면서 굳어진 정책이다.
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뤄진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등 일정 부분 진전한 북-미 관계가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4년 동안의 북-미 관계를 검토한 뒤 대북 정책 방향을 정하리라는 관측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예측하기는 아직 상황이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강 장관은 이번 방미 일정에서 바이든 쪽과의 접촉면을 늘리겠다는 뜻도 밝혔다. 강 장관은 “우리 정부로서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당선을) 축하해주신 상황이고, 지금까지 조심스럽게 했던 부분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조작’ 주장을 굽히지 않고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있지만, 바이든이 사실상 당선자 신분으로 확정된 만큼 좀더 적극적인 행보를 하겠다는 의미다.
강 장관은 민주당 쪽과 만나는 일정과 관련해선 “대사관에서도 많이 준비한 것 같다”면서도 “아마 만난다 해도 그쪽에서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 공개적으로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크리스 쿤스 민주당 델라웨어주 상원의원과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차관과 만남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쿤스 의원은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의 첫 외교 수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플러노이 전 차관은 미국의 첫 여성 국방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서 강 장관은 “굉장히 민감한 시기에 왔지만 폼페이오 장관과는 늘 소통해왔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일인) 내년 1월20일까지는 저의 상대역이어서 왔다. 여러 현안에 대해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 주최로 미 국무부에서 오찬을 겸한 회담을 할 예정이다. 다만 미 대선이 바이든의 승리로 귀결된 상황이어서 이번 회담에서 두 장관이 주요 현안에 대해 깊이 협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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