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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역사 컴플렉스 없는 진보정권에서 한일관계 풀어야”

등록 2021-01-27 04:59수정 2021-01-27 08:21

박민희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 강창일 주일대사
위안부 피해자들 돈 아닌 명예 원해…양국 정부 지혜 필요
이번 판결 사법정의 실현…국가 재산 압류는 간단치 않아
강제동원 문제, 정부가 많은 의견 수렴하돼 결단 내려야

수출규제·지소미아 바로 풀고 과거사는 하나씩 풀었으면
아베는 ‘정치적 계산’…실용주의자인 스가에 개선 기대
도쿄올림픽 동북아평화에 도움…성공 위해 한국 도울 것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가 19일 서울 역사디자인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가 19일 서울 역사디자인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박민희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박민희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는 “한일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어깨가 무겁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당장 지난 8일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데 대해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 대사는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의 사법정의가 실현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후의 과정은 양국 정부가 지혜롭게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 이행을 위해 일본 정부 재산을 압류할 가능성에 대해선 “한 국가의 재산을 압류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 정권이 한일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과거사 문제 외에 재일동포 권익, 수출규제 해결등 한일관계 전반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 22일 일본에 부임한 강 대사는 2주간 격리를 마친 뒤 외교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강 대사를 부임 전인 지난 19일 오후 양재동의 한 역사연구소에서 만나,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구상을 들었다.

―현재 한일관계가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하셨는데,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기까지 아쉬운 부분은?

“2018년 10월 대법원 강제동원 배상 판결이 나왔다. 뒤이어 11월에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되자, 아베 정부는 한국이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다고 공격했다. 우리는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지 않았다. 화해치유재단은 이사진들이 떠나서 해산되었다.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더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후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일본은 계속 우리가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한다. 2018년 12월 초계기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에 대한 당시 일본 정부의 대응은 잘 이해가 안된다.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을 어떻게 풀어갈지 한일 양국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아베 정부가 초계기 사건을 확대시켜 버렸고, 그로부터 6~7개월 뒤에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화이트리스트 철회는 안보적으로 비우호 국가라는 뜻이니 우리는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아베 정권의 큰 계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베 전 총리는 대일본제국을 꿈꾸는 이념가형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북한 위협론’을 꺼내서 군사 대국화를 하다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과정에서는 ‘한민족 위협론’, ‘한반도 위협론’으로 나아갔다.”

—지난 8일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한 뒤 일본의 태도가 무척 강경하다. 대통령도 “판결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대사로서 어떻게 이 문제는 어떻게 다루려 하는가.

“강제동원과 위안부 피해 문제는 다르다고 본다. 강제동원 판결은 피해자들이 노동을 하고 받지 못한 임금, 퇴직금, 강제저축한 돈 등을 달라고 일본 기업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한 결과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번 소송은 돈이 아니라 명예를 요구하고 있다. (재판 원고중 한 명인) 이용수 할머니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돈이 아니라 명예를 원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 소송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강제동원 재판과는 해법이 다르다. 두 판결을 혼동하고 섞어서 대응하면 안된다. 위안부 판결은 두 소송 중 하나에 대한 1심판결이 나온 것이고 아직 절차가 많이 남아 있다.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에 갈 가능성도 있다. 일본이 배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현금화 문제는 어떻게 할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강제동원 문제는 당장 현금화 문제가 걸려 있어 더욱 시급하다.”

―일본이 위안부 배상 판결 이행을 거부한다면, 일본 국유자산에 대한 압류를 할 수 있나?

“최악의 경우는 그럴 수도 있지만 간단하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 이탈리아 법정에서 피해자들이 독일에 대해 처음에 승소했다가 국제사법재판소서 패한 경우도 있다. 한 국가의 재산을 압류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한 과제이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법정의가 실현됐다고 생각한다. 이후의 과정은 양국 정부가 지혜롭게 풀어야 한다.”

―한일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ICJ)나 제3국에 중재도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한일 양국이 스스로 이견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는 방법, 한일청구권협정에 규정된 제3국 중재를 맡기는 방법이 있다. 당시에 국회의원으로서 나는 강제동원 피해와 관련해서는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자는 입장이었다. 지금은 노 코멘트다. 위안부 판결은 제기된 소송 가운에 첫 소송의 1심이 막 끝난 상태이고 3월에 나올 두번째 판결이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이야기가 나왔지만 정부 차원에서 정식으로 요구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과정이 많이 남아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왼쪽 둘째)할머니가 2019년 11월13일 서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왼쪽 둘째)할머니가 2019년 11월13일 서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12.28 위안부 합의가 ‘양국간 공식 합의’임을 우리 정부가 최근 부쩍 강조하고 있다. 그 동안은 이 협약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해왔는데, 합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정부의 계속성 문제인데 문재인 대통령도 12.28 위안부 합의는 ‘한일 정부간 공식 합의였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대사로서는 말을 삼가하겠는데, 위안부 합의 체결 당시 외통위에 있으면서 윤병세 장관에게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협정이라고 문제 제기하고 국회 비준을 받으라고 얘기했었다. 박근혜 정부가 정말 잘못한 게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명예이지 돈이 아니다. 일본 정부의 돈 100억원만 가지고 와서 그걸로 해결하자고 그러는데 받아줄 수가 있나. 지난 대선에서 여야 관계 없이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이 합의는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인정할 것은 인정하기로 하고 문재인 정부는 합의가 유효하다고 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위안부 피해와 관련한 문제 제기를 한번도 안했다. 이 협정은 정부에 귀속되는 사안이다. 화해치유재단은 없어졌지만 일본이 내놓은 돈 약 60억원이 은행에 남아 있다. 한일 간에 잘 얘기를 해서, 이 돈과 다른 기금을 합쳐서 기념사업이나 교육사업을 하는 등 여러 해법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풀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간 문제의 “정치적 해법”을 강조한 것은 무슨 의미인가

“한국은 3권분립이 철저하고 정부가 사법부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 일본은 사법부 판단에서 외교적 사안의 경우 정부 이야기를 듣게 돼 있다. 조약이나 외교적 사안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판단을 자제한다는 원칙도 있다. 이걸 도입한 나라도 있고 하지 않은 나라도 있다. 일본 국제법 체계와 우리가 좀 다르다는 것을 일본도 이해해야 한다. 한편, 한국은 완전히 삼권분립 국가이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법부 판단은 존중하되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이걸 고민해야 한다. ”

―우리 정부의 정치적 노력은 충분했나?

“물밑에서 일을 많이 했겠지만 성과는 나타난 게 별로 없다. 노력은 했다고 생각한다. 사법부 존중하면서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려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최근 간담회에서 ‘강제동원 문제를 풀 12가지 방안이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 방안은.

“내 개인 의견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제시한 안들이 많이 있다는 뜻이다. 2+2(한일 기업과 정부), 2+1(한일 기업+한국 정부)의 기금 조성안, 문희상 의장 안, 일본 기업과 청구권협정의 혜택 받은 한국 기업이 돈을 내게 하는 방법, 양국 경제단체들이 기금 조성하는 방법, 치유기금 조성 방안도 있다.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채권을 사서 고령의 피해자들에게 돈을 드리고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자는 대위변제 방안도 있다. 한국 정부가 협상안을 주면 내가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다.”

―강제동원 판결 이행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서 의견을 듣는 작업을 하셨나.

“대사 임명장 받은 뒤에는 못했지만 지난 5년 동안 늘 피해자 단체들을 만나 왔다. 이 분들은 제가 시민운동을 같이 했던 분들이고 정치 하면서도 수시로 얘기를 해왔다. 제가 우리 당의 역사와정의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당정청 회의도 여러 차례 했고, 피해자, 시민, 변호사들의 의견을 청와대, 총리실, 국회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그런데 세상 일에 100% 지지는 불가능하다.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 100%의 동의를 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정부는 피해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가능한 많은 의견을 수렴하면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게 정치다. 비판이 싫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진보정권에서 한일 관계를 풀어야 한다. 보수정권은 역사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어렵다.”

―올해 한일 모두 선거와 올림픽 등 국내 일정이 많다.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양국이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선에서 획기적 해법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좀 비판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한일관계를 진보정권에서 풀어야 한다. 사실 지금의 상황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내려야할 사법 판단을 사법농단으로 지금까지 계속 미루어 와서 문재인 정부가 그 ‘덤터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부채를 뒤로 미루지 말고 풀자.”

―그동안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남북, 북미 관계에 대해 한-일 간에는 거리와 입장 차가 있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일 협력은 어떻게 추진하려 하는지.

“아베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찬물 끼얹는 발언들을 많이 했고, 한편으로는 북한과 국교정상화 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일본에 ‘표리부동’이라며 비난했다. 우리는 일본이 납치자 문제 해결하려 하면 많이 도우려 했다. 2년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를 만나서 ‘납치자 문제 해결하는게 좋지 않냐’고 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가 가교 역할 할 수 있다. 일본도 조일(북일) 수교하면 좋은 것이고, 스가 총리도 납치자 문제에 관심이 많으니 한국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도 말로만 북일수교, 납치자 문제를 얘기만하지 말고 해결 위해 행동으로 옮겨달라. 그러면 한국이 함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가 총리가 진정성 가지고 납치자 문제 해결하려 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일본과 어떤 협력을 추진할 것인지.

“도쿄올림픽이 열릴지 불투명해지고 있어서 걱정이다. 개최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해야 할 역할이 있으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 모든 한일 현안 문제에 대해 스가 총리와 진솔하게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올림픽이 열리면 한국·미국·일본·중국 정상들이 오게 되고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양자·삼자 회담 등을 열어 동북아시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일의원연맹에서도 정치인들 중심으로 사회, 경제인 등이 참여하는 도쿄올림픽지원회도 만들어 김진표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가동하고 있다.”

―한국이 최근 적극적으로 한일관계를 해결하려고 하자, 일본에서는 한국이 도쿄올림픽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려는 의도라며 냉소적으로 보기도 한다.

“일본에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한국에서 그 중에서 너무 이상한 의견에만 주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사가 되니까 격려 전화와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 어려울 때 가서 한일 관계 정상화 기여해달라고 격려 전화가 많이 왔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것은 일본에서 반한 감정이 매우 심하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우익 세력만 그랬는데 지금은 보통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심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를 안 탈 수가 없으니 자꾸 강경한 목소리를 내게 된다. 원인은 지난 7-8년 동안 일본 정치인들이 ‘한국은 약속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계속 주장했다. 처음에는 소수의 역사수정주의 세력이 시작했는데 정치권으로 들어와 조직된 소수가 다수의 의식을 지배하는 상황이 됐다. 그걸 어떻게 깨 나가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정치가 얼마나 사람을 오염시키는지 느낄 때가 있다.”

―아베 총리는 이념가형 정치인이라고 했는데, 스가 총리는 다르다고 보는가.

“스가 총리는 실사구시형, 즉 실용주의 정치가라고 생각한다. 한일간 비정상화가 일본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실용주의자인 스가 총리가 한일관계를 풀려고 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새로 출범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관리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일 군사협력을 강하게 요구하고 한일 과거사에 대해서는 한국의 양보를 더 많이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런 해석도 있을 수는 있다. 그런데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무척 존경했다. 그런 부분에 주목하면 한국 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한미일 삼각 공조다. 트럼프는 일국 우선주의 미국에 무엇이 도움이 되느냐만 가지고 결정했다. 아베 총리는 미국을 자주 방문해서 트럼프와 아주 친근한 관계였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에서는 한국과 긴밀했지만, 한일 문제에 대해서는 불개입 입장이었고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이면서 오히려 우리가 볼 때는 일본 편을 들었다. 바이든 정부는 한미일 삼각 공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서로 맞춰갈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 수출규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수출 규제는 일본에도 한국에도 도움이 안된다. 수출규제 문제 때문에 지소미아 문제가 생겼으니 동시에 풀어버려야 한다. 이것은 쉽게 싸인만 하면 된다. 의지만 있으면 된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만난 대부분의 자민당 국회의원들도 화이트리스트 제외 문제는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과거사 문제는 국민 감정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복잡하다. 역사문제는 테이블에 올려서 진지하게 논의하면서 하나하나씩 풀어나가자고 제안하고 싶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의 해법은.

“오염수 문제는 한일간 문제일 뿐만이 일본 국내, 중국, 하와이부터 동남아까지 많은 나라들이 관련돼 있다. 일본이 국제 기준을 제대로 지키는지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살펴봐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조사를 하고 있다. 실제 나오는 조사 결과를 보고 철저히 검증해서 문제가 있으면 지적해야 한다.처음부터 IAEA를 믿지 못한다고 단정하지 말고 국제기구는 일단 신뢰하자. 거기서 나오는 내용들이 잘못됐으면 지적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일본 국내에서 반대하는 사람도 많고,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부임하시면서 대사로서의 어떤 각오를 하고 있는지.

“나는 계속 한일관계 정상화를 주장해 왔다. 대통령께서 나를 주일대사로 임명한 것 자체가 일본에 강력한 메시지를 줬다도 생각한다. 대통령도 신임장 주시면서 일본 전문가가 어려운 시기에 가게 되어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열심히 노력해 달라고 했다. 지금 당장 가지고 가는 대통령 메시지는 없지만, 한일관계 풀고 싶은 의지를 갖고 가는 것이다. 청와대와 소통할 통로는 만들어 놨다. 대사가 과거사 문제만 다루러 가는 것은 아니다. 재일동포 권익 문제, 코로나 대응 협력, 도쿄올림픽 협력 등이 있고, 한일관계를 어떻게 복원시켜 나가는가가 중요하다. 과거사는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데, 역지사지의 원칙으로 우리 입장을 알리고 사안 별로 접근해야 한다. 저는 양국 관계가 정상화 되고 우호 협력이 강화되면 한국과 일본의 국민과 국가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가 19일 서울 역사디자인연구소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가 19일 서울 역사디자인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강창일 대사는?
도쿄대서 역사 공부…한일 교류 힘써와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부터 8년 동안 도쿄대 문학부에서 유학한 역사학자 출신의 정치인이다. 박사논문은 ‘근대 일본의 대아시아주의’라는 제목으로 일본 우익을 비판적으로 연구했다. 배재대학 일본학과 교수로 김대중 정부 시절 한일 역사공동연구회 근대사분과 팀장을 맡는 등 한일 학자·청년 교류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2004년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한일의원연맹 회장 등을 맡아 양국관계에서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등 많은 일본 정치인들과 두루 교분이 있다. 그러나, 위안부 배상 판결 등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강 대사 접견을 당분간 보류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에 부임했다.

강창일 대사는 “한국과 일본의 2000년 역사를 보면 국가간 관계가 좋지 않을 때에도 승려, 유학자, 민초 등의 교류는 언제가 활발했다. 사람과 지역 사이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국가간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한일 역사의 나쁜 부분만 기억하지 말고, 좋은 부분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1998년)의 정신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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