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달 3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미-인도네시아 외교차관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인도네이사 외교부 제공/로이터/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대북특별대표로 성김 인도네시아 대사를 임명한 것에 대해 “(미국이) 북한과 대화(dialogue)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또 다른 신호였다”며 “(북한이) 그 가능성을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타이 방콕을 방문 중인 셔먼 부장관은 2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들과 한 전화회견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설명을 위해 북-미 간 접촉이 있었는지 여부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셔먼 부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일본·한국 및 세계 파트너들과 매우 긴밀한 협의 하에 정책을 검토했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관여하고 싶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 조율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셔먼 부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성김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것이 우리가 북한과 대화할 준비(ready and prepared)가 되어 있다는 또 다른 신호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북한) 그 가능성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셔먼 부장관이 어떤 ‘가능성’을 언급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맥락상 대화 재개를 통한 외교적 해법 모색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 검토를 마친 뒤 조율되고 실용적인 외교적 접근을 하겠다는 방향을 드러내면서도 구체적인 것은 북한과 마주 앉아서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날 북-미 접촉 여부를 묻는 말에 셔먼 부장관이 ‘북의 호응’을 언급한 것은 아직 북쪽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셔먼 부장관은 답변 내내 북한을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문 약칭 ‘디피알케이’(DPRK)이라는 표현을 고수해 눈길을 끌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공식 문건에는 북한의 공식 국호를 써왔으나 고위 관계자들은 ‘North Korea’(노스 코리아·북한)을 혼용해 사용했다. 빌 클린턴 2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북정책 조정관(1999~2001년)을 지낸 셔먼 부장관은 북-미 관계에 깊숙이 관여한 인사로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꼽힌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