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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군, 우크라이나 제공권 장악하지 못하는 이유

등록 2022-04-24 13:49수정 2022-04-24 13:52

정치BAR_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
러시아 공군 교리,
지상군 화력 지원 치중
제공권 우선순위 밀려
러시아 공군 수호이 Su-34 전폭기가 지난 3월7일(현지시각) 이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공군 수호이 Su-34 전폭기가 지난 3월7일(현지시각) 이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전쟁이 벌어지자 러시아가 제공권을 장악해 손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예상은 빗나갔다.

러시아 공군은 전체 공군력의 60% 이상을 이번 전쟁에 투입했다. 600여 대 전투기·폭격기·공격헬기 등이 하루 평균 200회 출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하루 5~10회 출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러시아 공군은 두 달 남짓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보다 공군력이 휠씬 강하다. 러시아 공군은 2000여 대의 전투기, 폭격기, 수송기, 헬기 등을 보유해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강력한 공군력을 자랑한다. 냉전 때 소련의 항공기술력은 미국과 쌍벽을 이루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기를 만들었다. 러시아 공군이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지리멸렬한 것은 서방 군사전문가들에게는 미스터리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지난 20일 ‘우크라이나전쟁 진단과 과제’를 주제로 연 국방아젠다포럼에서는 러시아공군 제공권에 대한 분석·평가가 있었다. 포럼에 참여한 예비역·현역 공군 장군, 영관급 장교들은 러시아 공군의 문제로 △교리·기획 △교육·훈련 △무기체계 등을 꼽았다.

먼저 참석자들은 러시아 공군 교리에 주목했다. 러시아 공군은 군사 교리가 달라 서방 공군처럼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공격했을 때처럼 개전 초기에 제공권을 장악해 적의 지휘부, 방공망, 주요 군사시설 등을 정밀 타격해 파괴한 뒤 큰 저항없이 지상군이 영토를 점령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한다. 서방 공군 교리는 공중우세(제공권) 확보를 전쟁 승리의 요건으로 본다.

하지만 러시아 공군의 역할은 다르다. 러시아는 공군에게 모든 영역에서의 공중우세(제공권) 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러시아 공군은 지상군 작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최전선에서 국지적인 공중우세 확보에만 주력한다.

러시아 공군이 이렇게 싸우는 것은 옛소련 때부터 고착된 지상전 위주의 군사 교리 때문이다. 소련군은 제2차 세계대전, 냉전 때 막강한 전차·포병 전력으로 적의 방어선을 뚫고 돌파구를 확대하면서 적을 포위·섬멸하는 군사 교리로 훈련했다. 현재 러시아군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공군은 최전선 상공에서 지상군을 화력지원하는 교리에 묶여 있다. 러시아 공군은 ‘나는 포병’(airborne artillery)으로 불리며, 최전선의 지상군 화력 지원 임무에 종속돼 있다. 적의 영토 깊숙한 곳으로 이동해 하늘을 지배하는 공격은 러시아 공군이 아니라 미사일 부대 등이 맡는다.

이와 달리 서방 공군은 전쟁 초기에 적진 깊게 침투해 공군기지와 방공망부터 무력화시키면서 제공권을 장악하는 작전을 펼친다. 지상군 화력지원이 중심인 러시아 공군 교리로 인해 제공권 장악이 러시아 공군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이게 서구의 시선에서는 제공권 장악 실패로 보인다는 것이다.

러시아 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헬리콥터들이 지난 2월24일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저공 비행하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러시아 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헬리콥터들이 지난 2월24일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저공 비행하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러시아 공군은 대규모 항공작전 수행 경험이 없어 이에 대한 기획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세계에서 대규모 항공작전을 기획·수행할 능력을 갖춘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1991년 걸프전 때 미 공군이 작전 기획에 한 달, 각종 항공기를 모으는데 20여일이 걸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앞두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고위 지휘관들과 대규모 항공작전을 협의·기획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 훈련 부족도 러시아 공군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러시아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연간 비행시간은 100시간 미만으로, 서방 조종사의 최소 180시간(평균 220~240시간)에 크게 못 미친다. 러시아는 숙련된 조종사가 부족하다. 능숙한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10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하는데, 러시아는 단시간에 대량으로 조종사를 양성하는 바람에 조종 기능의 질적 저하를 초래했다. 숙련된 정비 인원과 부품 부족으로 러시아 공군 항공기 가동률도 서방에 견줘 낮다고 한다.

러시아 공군은 무기체계의 성능이 떨어지고 정밀유도무기도 부족하다고 한다. 러시아는 냉전 붕괴 뒤 항공기 개발에 필요한 선진 기술 개발이 더뎌져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서방 항공기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뒤처지게 됐다. 러시아 항공기는 하드웨어(항공공학)는 매우 훌륭하나 소프트웨어(항공전자)는 미흡해 현대 공군력의 핵심인 정밀유도무기 성능이 떨어진다. 러시아 무기에는 ‘타기팅(조준) 포드’가 없다. 이 장비는 공군기가 지상 표적을 식별하고 정밀유도무기를 해당 표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사용되는 표적 지정 도구다. 타기팅 포드가 없는 러시아 공군은 비정밀 무장 투하훈련을 주로 실시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참고 문헌 : <국방일보> 4월20일치에 실린 한국국방연구원 공동 특별기획 ‘러시아 공군의 공중작전 경과와 평가’ (김홍석 한국국방연구원 현역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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