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자산으로 불리는 미군 B-1B 전략폭격기. 공군 제공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고조되는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 억제력 확인과 전략자산 적시 배치 등에 합의했다.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핵 대응 수단으로 ‘핵’을 처음 명문화한 것과 관련해 “핵 공격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우리도 핵으로 응수하는 핵우산을 확실히 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나 미 전략자산(strategic U.S. military assets), 핵우산(nuclear umbrella) 같은 말들이 쏟아졌다.
뜻이 알 듯 말 듯하다. 영어를 그대로 번역해 생경한데다 미국의 핵 전략, 한반도 비핵화 흐름을 알지 못하면 정확한 뜻을 알기가 쉽지 않다.
미국 본토에 대한 적대국의 핵공격을 막는 것을 ‘직접 억제’라 한다.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핵공격을 막는 것을 ‘확장 억제’라고 한다. 핵우산은 핵무기가 없는 동맹국이 적대국의 핵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대신 핵보복 공격을 해준다는 개념이다. 핵우산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핵개발을 하지 않은데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은, 남한이 북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핵무기로 북한도 잿더미를 만들겠다는 개념이다. 핵우산은 북한이 핵무기를 한국에 사용하면 몇 배로 핵 보복을 받을 것이란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핵공격 시도 자체를 단념시키려는 고도의 심리게임이다.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기로 처음 명문화한 것은 1978년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제11차 연례안보협의회 공동성명(SCM)에 이 내용을 담았다. 당시 미국은 박정희 정권의 핵무기 독자 개발을 막으려고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했다. 이후 2005년까지 양국 국방장관은 미국의 핵 우산 제공을 확인했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뒤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국이 더욱 강력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요구해 ‘확장 억제’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포괄적이고 정치적인 개념인 핵우산을 군사전략적 측면에서 구체화한 개념이 확장억제다. 확장억제 명문화에는 북한 핵실험 강행 이후 국내에서 부쩍 높아진 ‘독자 핵무장론’을 잠재우려는 미국의 고려도 작용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09년 10월 양국 국방장관은 연례안보협의회의 뒤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및 미사일방어 능력” 같은 확장 억제의 구성요소를 처음으로 명문화했고, 미국은 매년 이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지난 21일 양국 정상은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 배치도 약속했다.
미국이 동맹국에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는 무기를 전략자산이라고 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B-2, B-52 등), 전략핵잠수함(SSBN) 등 핵 관련 무기가 있다. 다음으로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패트리엇, SM-3(미 해군 이즈함 탑재 요격미사일) 등이 있다.
핵추진항공모함, 재래식 전략폭격기 B-1B, 줌왈트급 구축함 등은 재래식 무기이지만 핵 공격에 버금가는 피해를 상대에게 줄 수 있어 전략자산으로 분류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