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강원 인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진행된 ‘KCTC 여단급 쌍방훈련’에 참가한 한미 장병이 악수하고 있다. 육군 제공
한미는 후반기 양국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를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실시한다. 군 당국은 지난 16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어 “상당기간 축소·조정 시행되어온 한미 연합연습과 야외기동훈련을 정상화함으로써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연합방위태세를 공고히 확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이번 연습에서는 컴퓨터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지휘소연습에 국한하지 않고 제대·기능별로 전술적 수준의 실전적인 연합야외기동훈련도 병행한다”며 “이번 연습기간 중에 연합과학화전투훈련(여단급), 연합대량살상무기제거훈련(대대급) 등 모두 13개 연합야외기동훈련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4년 만에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이 부활한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하지만 훈련들을 살펴보면, ‘대규모 야외기동훈련 부활’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13개 훈련은 별도 훈련이 신설 추가된게 아니라 원래 하던 훈련들이다. 따로 하던 13개 훈련들을 이번 연합연습기간에 몰아 하는 것이라 ‘부활’은 아니다. 연중 분산 시행하나, 이번 연합연습에 한꺼번에 몰아서 하나 1년에 13번 훈련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일종의 조삼모사다.
13개 훈련들 가운데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으로 볼 만큼 규모가 큰 훈련은 없다. 13개 가운데 12개는 대대급·소규모 훈련이다. 수천명이 참가하는 여단급 이상 훈련은 ‘연합과학화전투훈련’ 1개뿐인데, 한국군이 대부분이고 미군은 미 본토에서 추가로 오는 병력 없이 주한미군 소속 중대급 수백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월15~18일까지 강원 인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한국군 2개 여단 4300여명이 여단 전투단을 구성해 서로 교전하는 쌍방훈련을 벌였고, 주한미군 2개 보병중대 300여명이 참가한 적이 있다.
2019년 10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가운데)과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오른쪽),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왼쪽) 등 한·미 군 지휘부가 한국군 제5포병여단의 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주한미군 페이스북 갈무리
한반도 전체를 전장 상황으로 하는 전구급 한미연합연습은 상반기(3월), 하반기(8월)로 나눠 연중 2차례 한다. 문재인 정부 휠씬 이전부터 3월에는 대규모 병력·장비가 참여하는 야외기동훈련(FTX)과 컴퓨터 워게임을 이용한 지휘소연습(CPX)을 함께 했고, 8월에는 야외기동훈련 없이 지휘소연습 위주로 해왔다. 합참 누리집은 연합연습에 대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해 조성된 전장상황 하에서 지휘관 및 참모가 작전수행절차 숙달에 중점을 두고 수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연합연습도 지휘소 연습 위주로 하고, 방어(1부)·반격(2부) 같은 시나리오, 훈련 범위 등이 예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이 예전부터 하던 훈련들을 이참에 몰아서 하면서 ‘한미동맹 재건’이나 ‘한미연합연습과 야외기동훈련 정상화’ 같은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군 당국은 지휘소연습을 하는 자체만으로 한미연합태세를 점검하는 의미가 있고, 지휘·통제·통신·정보장비를 통합해 운용하면 실제 병력을 기동하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훈련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정권 교체 이후 확 바뀐 군 당국과 국방부 언행에서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김수영 ‘풀’)는 시 구절이 떠오른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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