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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반도 선제공격 가능해졌는데…이 땅의 ‘보수’는 죽었나

등록 2022-12-21 09:00수정 2022-12-23 10:28

정치BAR_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

일본 반격능력으로 북한 선제공격 때
헌법상 ‘북한도 영토’ 주권 침해·충돌
미·일은 ‘북한 땅’ 한국 영토로 안 봐
지난 9월30일 오전, 동해 공해상에서 한·미·일 대잠 훈련 참가 군함들이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오른쪽 앞부터 미 원자력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 미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한국 구축함 문무대왕함(DDH-II), 일본 구축함 아사히함(DD), 미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DDG), 미 순양함 첸슬러스빌함(CG). 해군 제공
지난 9월30일 오전, 동해 공해상에서 한·미·일 대잠 훈련 참가 군함들이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오른쪽 앞부터 미 원자력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 미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한국 구축함 문무대왕함(DDH-II), 일본 구축함 아사히함(DD), 미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DDG), 미 순양함 첸슬러스빌함(CG). 해군 제공

일본이 “일본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자위 조치로 상대 영역에 유효한 반격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적 기지 반격 능력’을 국가안보전략으로 채택했다.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은 자위권 행사로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이 유사시 한국의 허가 없이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공언인데, 한반도의 안보를 책임지는 대통령실은 느긋한 태도다. 일본 반격 능력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난 18~19일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큰 틀 속에서 논의 가능한 내용”이라고 거듭 밝혔다. 지난 18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의 위협이 대한민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런 점에서 일본도 여러 가지로 지금 자국 방위를 위한 고민이 깊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마치 일본의 반격 능력을 이해할 만하다는 뉘앙스다.

북한 땅=대한민국 영토인데…대통령실, 일본의 북한 공격 방침에 “자국 방위 고민”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보수 언론들의 일본 반격 능력 관련 보도도 뜨뜻미지근하다. 보수의 바탕은 애국심과 영토 수호다. 헌법 3조는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규정한다. 일본이 한국 동의 없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면 한국 영토를 침범하는 것이다. 일본의 반격능력 행사는 한국 헌법의 영토 주권과 충돌한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 69조에서 규정해놓은 내용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일본 반격 능력 대응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적 약속을 지키고 있느나’는 의문이 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9일 일본 반격 능력을 “한·미·일 안보협력 큰 틀 안에서 후속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중재·조정 역할을 하면 일본이 유사시 한국의 허가없이 북한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 같다. 실제 일본이 반격 능력을 갖추더라도 여전히 미국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북한 미사일 발사대를 공격하려면 첨단 미사일만 갖춰서 될 일이 아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대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하고 공격 징후를 탐지하려면 고성능 정찰 위성, 지상 감시용 무인 항공기가 필요하다. 공격 전에 특수부대가 북한에 침투해 미사일 발사대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공격 부대와 실시간으로 공유 가능한 지휘통신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미사일 발사대 공격을 제대로 하려면 북한의 방공망도 동시에 제압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25일부터 지난 10월9일까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 등의 훈련을 지도했다. 사진은 당시 북한군 훈련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25일부터 지난 10월9일까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 등의 훈련을 지도했다. 사진은 당시 북한군 훈련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일본이 반격 능력 행사에 필요한 정보 수집 분석, 타격 능력 제대로 갖추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미-일 간의 정책 조정이 이뤄질 것이므로,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큰 틀 속에서 논의 가능한 내용”이라고 대통령실이 판단했을 법하다. 다시 말해 미국을 믿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에 대해 “대담하고 역사적인 조치”라고 환영한 미국의 태도에서는 한국의 영토 주권 침해에 대한 우려나 고려를 찾아볼 수 없다.

미국과 일본, 북한 땅을 한국 영토로 인정한 적 없어

일본은 반격 능력 행사의 명분으로 자위권을 내세우나 실제 쟁점은 북한 땅을 한국 영토로 보느냐다. 일본은 유엔 회원국인 북한을 한국과 별개인 주권국가라고 본다. 북한 땅이 한국 영토가 아니므로 북한을 선제 공격할 때 한국의 허가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2015년 10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진입할 경우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의 요구에 대해 일본의 나카타니 방위대신은 명확한 답변을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북한 땅이 한국 영토인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전쟁 때 한-미 간에 치열하게 전개됐다. 북한 땅이 한국 영토라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명확하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1950년 9월26일 미 국무장관 애치슨은 미 국방장관 서리에게 보낸 전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38선 이북에 대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과 그 군대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38선 이북 지역에서 군사작전과 군사점령에 참여할 수 있으나, (대한민국) 주권의 북한지역에 대한 확장같은 정치적 문제는 한반도의 통일을 완성하기 위한 유엔의 조처를 기다려야 한다.”

이런 미국의 주장에 따라 1950년 10월7일 유엔총회는 38선 이북 지역에 대한 남한 정부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전 한반도에서 유엔의 감시 아래 선거를 실시해 통일 한국정부를 수립하기로 결의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북한 점령정책 기조는 38선 이북에 대한 대한민국의 주권을 부인하고 유엔의 이름으로 북한을 점령하고 통치한다는 것이다.

1950년 가을 국군 제1군단이 미군보다 보름 가량 먼저 북진해 함경남도 함흥에 진주한 뒤 1군단 민사처가 중심이 돼 초기 점령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뒤이어 미군 제10군단이 진주하면서 국군 제1군단 민사처는 미군 10군단 민사처의 지휘를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국군과 미군이 첨예하게 갈등했다. 국군 1군단 유원식 민사처장이 “여기는 대한민국 땅”이라며 업무인계를 거부하자, 미군은 이렇게 통고한다. “이곳은 유엔군 점령지구이지 대한민국 영토는 아니다. 대한민국 주권은 여기에서 인정될 수 없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열린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열린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연합뉴스

1950년 가을 한국과 미국이 뜨겁게 벌였던 북한 지역 통치 주체와 방식 논란은 그해 겨울 중국군의 참전으로 끝났다. 지금은 한국이 헌법상 영토 조항을 미국에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처지가 된 것일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1950년 10월 이후 유엔에서는 북한 지역의 대한민국 주권을 부정한 결정을 뒤집는 아무런 조처도 없었다. 미국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 지역의 통치 주체와 방식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보수 정당·언론, ‘영토 수호’ 강조하면서 일본 ‘적 기지 공격’ 방침엔 침묵

미국은 2005년 이후 유명무실했던 유엔사령부를 재활성화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을 겸임하고 있어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유엔군 자격으로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 만약 미국이 중심이 된 유엔군이 북한에 들어간다면 1950년 가을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북한 땅에서 발 붙일 곳이 없게 된다.

대통령실은 일본 반격 능력에 대한 우려를 한·미·일 안보협력 틀 속에서 풀겠다는 방침인데, 미국의 중재·조정 가능성에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미국과 일본이 한국과 달리 북한을 한국 영토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등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은 평소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이며 “북한 땅도 우리 땅”이란 주장을 펴왔다. 일본의 반격 능력 행사는 이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 그런데도 보수 정당과 언론은 일본의 반격 능력에 ‘기이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땅의 보수는 얼어 죽었냐”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인용한 자료

<한국 1950 전쟁과 평화>(박명림, 나남)

<한반도 유사시 미일 동맹 내 일본의 군사적 역할:역사적 경위와 제도화 양상을 중심으로>(윤석정, 국립외교원)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문제:분석 및 함의>(윤석정, 국립외교원)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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