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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퇴짜 놓은 ‘남북 군사력 비교’…군, 34년째 되풀이

등록 2023-02-17 10:18수정 2023-02-17 19:00

정치BAR_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

1988년 리영희 선생 ‘남이 북보다 군사력 우위’
6공 정부, 해명 위해 국방백서 20년 만에 발간
병력 무기 숫자 비교 ‘여전히 북이 세다’ 주장
‘2022국방백서’도 남북 군사력 실질 비교 안 해
1988년 리영희 선생이 ‘ `남한 군사력이 북한보다 강하다’는 논문을 발표하자, 국방부가 이를 반박하려고 20년만에 ‘국방백서 1988’을 펴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국방부 누리집
1988년 리영희 선생이 ‘ `남한 군사력이 북한보다 강하다’는 논문을 발표하자, 국방부가 이를 반박하려고 20년만에 ‘국방백서 1988’을 펴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국방부 누리집

윤석열 정부의 첫 ‘국방백서’가 지난 16일 나왔다. 국방백서는 1967년, 1968년 2차례 나왔다가 1988년 다시 발간됐다.

1970년대, 1980년대 나오지 않던 국방백서는 왜 20년 만인 1988년 다시 나왔을까?

언론인 리영희 선생 글 때문이었다. 리영희 선생은 1988년 월간지 <사회와 사상> 9월호에 ‘남·북한 전쟁능력 비교연구’란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리 선생은 “우리 사회에서 건국 이후 진지한 이론적·실증적 검토 노력 없이(또는 허용되지 않은 까닭에) 일반적 믿음처럼 고정관념화 되어버린 북한의 소위 ‘군사력 우위’론 또는 전쟁 감행(‘남침전쟁’)론을 분석적·실증적 방법으로 그리고 비판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논문은 군사력과 그것을 지탱하는 종합적 생산력 및 경제력의 군사 전용 효과, 그리고 전쟁에 개입하는 국제적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남북의 군사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인적·물적 생산력, 경제체제와 구조, 과학과 기술, 정신문화적 범주의 자원과 능력 등을 고려한 종합적 전쟁수행능력에서는 남한이 북한보다 월등히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분단 이후 군부독재 정권은 장기집권을 하려고 북한의 군사적 우월성을 과장 선전해, 남침에 대한 공포·불안의식을 키워왔다. 리영희 선생의 논문은 남침 위기론으로 얼어붙은 우리 사회 내면의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 같은 구실을 했다.

1980년대 후반 국방부에서 정책업무를 담당했던 인사의 설명이다.  “리영희 교수 논문이 나온 뒤 이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학자, 군인 등을 소집했다. 분단을 이유로 남북 군사 정보를 감추던 종래의 군사 기밀주의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안 내던 국방백서를 다시 내기로 했다. 석 달 동안 작업해 1988년 12월 360쪽 짜리 <국방백서 1988>을 급하게 발간했다.”

하지만 이 국방백서가 리영희 선생의 주장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남북한 병력과 육해공군 주요 무기체계 및 장비 규모를 단순하게 양적 비교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리영희 선생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경제력, 국제환경, 경제체제와 구조, 과학과 기술, 정신문화적 범주의 자원과 능력까지 고려한 종합적 전쟁수행능력을 분석했다. 리영희 선생은 남북 무기 수를 나열하던 ‘단순수량 비교방식’(bean counting·콩알 세기)을 뛰어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를 반박하겠다고 국방백서를 급히 펴낸 국방부가 병력 및 무기 보유량만을 단순 비교만 했던 것이다. 이후에도 국방백서는 양적 비교 방식으로 남북 군사력을 평가하고 있다. 군사력을 실질적으로 평가하려면, 병력과 무기 양적 비교뿐만 아니라 장비 성능, 훈련 수준 같은 질적 비교와 경제력 등 전쟁수행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022 국방백서’ 중 남북 군사력 현황은 남북 병력, 주요 무기를 양적비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취임 초 남북간 병력 수, 항공기, 탱크 등의 수를 단순 비교해 놓고 우리 군사력이 북한보다 휠씬 약하다는 국방부 보고를 듣고는 ‘대통령을 바보 취급 하는가 싶어 불쾌했다’고 한다. 2004년 봄 청와대는 남북 군사력 비교와 남북 전쟁수행능력 비교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맡겼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예산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 육해공군은 ‘우리가 열세한 것으로 해달라’고 국방연구원에 로비했다. 2004년 6월 국방연구원은 육군은 북한에 열세, 해군과 공군은 대등하거나 우세하다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회의를 열어 실질적인 남북 전쟁능력을 비교할 수 있는 분석 모델을 만들어 납득할수 있게 보고하라고 몇차례 지시해으나 끝내 이행되지 않았다.

‘콩알 세기’로 ‘남북 군사력’을 설명하는 방식은 1988년에 이어 이번에 나온 ‘2022 국방백서’에서도 반복됐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 국방백서가 나오자 ‘국군 50만 vs 북한군 128만, 북한군 병력 남한보다 2.5배’, ‘국군 전차 2200여대로 4300여대인 북한의 절반 수준’ 같은 기사도 34년째 되풀이됐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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