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재벌의 경영을 투명하게 하는 상법 개정안을 낼 계획이다. 김 대표의 생애 첫 대표발의 법안이다.
그가 준비 중인 상법 개정안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개정 방향과 대부분 일치한다. 당시 법무부는 이사회 의장의 집행위원 겸직을 금지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사회 내부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또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고 이 과정에서 대주주가 보유 지분 3%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소수주주의 이해를 대변하는 등기임원을 선출할 수 있게 하는 집중투표제와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없는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 그리고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에게 경영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 제도도 마련했다. 법무부는 2013년 7월 이런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같은해 8월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재벌총수들과의 간담회 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다. 지난 2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거대경제세력’, 이른바 재벌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김 대표가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상법 개정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비례대표만으로 5선 고지에 오른 특별한 경력을 가진 김 대표가 법안을 처음으로 대표 발의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야권 최고의 경세가라는 평을 받는 김 대표가 16년이 넘은 의정생활 동안 법안 발의를 주도한 적이 없다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1·12대 때 민주정의당(여당), 14대 때 민주자유당(여당), 17대 때 새천년민주당(야당) 소속으로 배지를 달았다.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박용진 의원은 “과거 의원 시절 대표발의는 안 했지만, 동료 의원들이 법안 초안을 가져오면 이것저것 조언을 하고 공동발의를 했다”고 말했다.
글 김태규 이세영 기자
dokbul@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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