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BAR

변변한 토론도 없었다…‘국회 가족채용 금지법’ 흑역사

등록 2016-06-30 14:30수정 2016-07-02 09:49

정치BAR_발의 뒤 폐기 반복…뒤늦게 경쟁적 입법 추진
''가족 채용'' 논란 등으로 물의를 빚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6월30일 오후 당무감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더민주 당사로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 채용'' 논란 등으로 물의를 빚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6월30일 오후 당무감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더민주 당사로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 가족 채용’ 사건이 불거진 뒤 박인숙·김명연·이완영(이상 새누리) 의원 등의 유사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여의도 보좌진 20명이 갑자기 증발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전전긍긍하고 있는 의원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새누리당이 발빠르게 본인과 배우자의 8촌 이내 친척은 보좌진에 채용하지 않겠다는 자정안을 내놓았다.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미 19대 국회 때부터 여러 건의 ‘가족채용 금지법’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이미 의원들 스스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이지만 발의된 법안 모두 변변한 토론도 없이 폐기되고 말았다. 그래서 번번이 무산됐던 가족채용 금지법의 역사를 살펴보려고 한다. 가족채용의 문제점에 공감하고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의 명단도 함께 공개한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1. 2012.7.3 박남춘 의원 대표 발의
공동 발의자 : 김재윤·김현미·홍종학·윤관석·우원식·백재현·이춘석·전해철·박범계·장병완 의원
제안 이유 : 보좌직원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능력에 따라 채용돼야 함에도, 일부 국회의원의 경우 그와 상관없이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좌직원으로 채용하여 의정활동에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청렴의 의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음.

이 법안에서는 국회의원과 배우자의 4촌 이내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했다. 단, 다른 국회의원실에서 4년 이상 보좌진으로 근무한 경우에는 채용을 가능하게 하는 예외를 인정했다. 2012년 8월 국회운영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나 더 이상 논의 없이 폐기됐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2. 2012.7.18 윤상현 의원 대표 발의
공동 발의자 : 강석호·박상은·신성범·이상일·이이재·정문헌·하태경·홍문종·홍지만·황영철 의원
제안 이유 : 보좌직원이 지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자질을 갖춘 유능한 사람이 임명되어야 함에도 일부 국회의원의 경우 자질과 상관없이 친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임명함으로서 제도의 취지를 퇴색하게 하는 사례가 있음. 또한 의원 보좌직원의 임용취지를 고려해 볼 때 배우자나 친인척이 비록 상당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이들이 보좌직원으로 임명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할 수 없음.

이 법안에서는 국회의원과 배우자의 4촌 이내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했으며, 예외적인 채용 허용 조항도 두지 않았다. 박남춘 의원안보다 더 엄격한 개정안이었다. 발의자 전원이 새누리당 의원들이었지만 발의에 뜻을 모았다는 게 청렴결백을 입증하는 건 아니었다. 발의자 중 한 명인 박상은 의원은 자신의 6급 비서에게서 5차례에 걸쳐 후원회 계좌로 779만원을 받았다. 6급 비서의 ‘월급 상납’은 이 법안 공동발의로부터 3개월 뒤인 2012년 10월부터 시작돼 2013년 6월까지 계속됐다.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3. 2015.3.9 배재정 의원 대표 발의
공동 발의자 : 오영식·정진후·유기홍·설훈·이목희·도종환·김태년·유은혜·한명숙 의원
제안 이유 : 보좌직원의 임명에 특별한 자격요건 등이 없어 일부 국회의원은 자신의 친·인척을 직접 보좌직원으로 임명하거나 동료 국회의원에게 임용을 청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음. 국회의원의 친·인척 가운데도 보좌직원으로서 능력을 갖추어 임명된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능력보다는 혈연적인 친분에 의해 국회의원의 친·인척이 보좌직원으로 임명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음.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현직 국회의원과 일정범위의 친·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의 보좌직원으로 임명되는 경우 이를 국회의장 또는 국회사무총장에게 신고하도록 함.

이 법안에서는 가족 채용을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국회의원이 6촌 이내의 친·인척이나 배우자를 채용할 때에는 국회의장에게 신고하고 이를 국회 공보와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했다. 신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채용하면 국회 윤리특위에서 징계할 수 있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19대 국회 때는 의원들의 가족채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이렇게 3건이 발의되고 국회 운영위 전문위원들의 ‘입법 검토 보고’ 가 이뤄졌지만 상임위에서는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은 채 모두 폐기됐다. 검토 보고서에서는 대체로 입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외국 사례를 첨부했다. 미국 연방법에서는 모든 공무원의 직계 존비속과 4촌 이내의 혈족의 채용을 금지하고 하원에서는 의원의 배우자 채용도 금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의원의 배우자 채용을 금지해놨고 영국에서는 배우자나 4촌 이내 친·인척 중 1명을 채용할 수 있다. 프랑스는 상원의 경우 채용 제한은 없으나 일반 보좌관 급여의 절반만 지급할 수 있고 하원에선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중 2명을 고용할 수 있으나 일반 보좌관 급여의 3분의 1 이상을 지급할 수 없다. 독일에서는 채용 제한은 없으나 친척에게는 급여를 제공할 수 없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4. 2016.6.20 백혜련 의원 대표 발의
공동 발의자 : 표창원·김영호·김영주·우원식·신동근·이찬열·김정우·신창현·이재정·김영진·금태섭·황희·박범계 의원
제안 이유 : 국회의원들이 헌법과 법률에 부여된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잘못된 관행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야기함. 이러한 국회의원의 잘못된 태도의 원인으로 의원이기주의에 따른 남용, 본래의 취지와 다른 오용, 자율정화기능의 상실, 외부견제와 감시장치의 부재 등을 들 수 있음. 이에 쇄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부적절한 제도나 남용되는 권한행사에 대한 법적·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고자 함.

이 법안에서는 국회의원과 배우자의 4촌 이내 친·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채용할 때 국회의장에게 신고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했다. 또 “보좌직원의 보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지급하도록 강요하거나 유령 직원을 채용해 보수를 유용한 경우”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보좌관 급여 빼먹기’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국회 운영위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주목도가 커지자 각 당은 ‘개혁경쟁’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자정안을 내놓은 29일, 국민의당 의원 11명은 채용 금지 범위를 4촌 이내로 제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좌진 채용 및 후원금 관련 주의사항’을 담은 편지를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보냈다. 다음날인 30일, 새누리당 혁신비대위는 30일 8촌 이내 친·인척 보좌진 채용과 보좌관을 상대로 한 정치후원금 모금 행위를 금지하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개혁안을 입법사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문제 의식이 뒤늦게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탄핵 전후 한결같은 ‘윤석열 머리’…“스타일리스트가 했다” 6.

탄핵 전후 한결같은 ‘윤석열 머리’…“스타일리스트가 했다”

[영상] 김민석 “국힘, 100일 안에 윤석열 부정하고 간판 바꿔 달 것” 7.

[영상] 김민석 “국힘, 100일 안에 윤석열 부정하고 간판 바꿔 달 것”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