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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림의 후예, 500년만의 ‘현실 참여’

등록 2016-07-13 10:13수정 2016-07-13 11:25

정치BAR_송경화 기자의 올망졸망_유학자 김종회 의원의 ‘정치’
김종회 국민의당 의원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직접 쓴 글씨를 바라보고 있다.
김종회 국민의당 의원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직접 쓴 글씨를 바라보고 있다.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 경력이 특이한 이들이 적잖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전북 김제·부안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당 김종회(51) 의원이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 그의 직함은 학성강당 이사장이었다. 학성강당은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한학을 가르치는, 그의 집안이 60여년 동안 운영해온 서당이다. 한학자인 그는 이곳에서 ‘학생’들에게 사서삼경을 가르쳤다. 그는 경주 김씨 15대손이고 그의 집안은 기호학파의 맥을 잇는 가문이다. 학성강당에서 수학한 한 공무원은 그를 “풍수와 한의학, 그리고 도학에도 매우 밝은 박학다식한 유학자”라고 평한다. 그렇게 재야에서 세월을 낚던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김 의원의 사무실로 찾아가 그 이유를 물었다. 설명은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갔다.

“기묘사화에 직계 할아버지(김원일)가 연루됐다. 정암 조광조 선생이 역적으로 몰리니 제자인 할아버지도 역적이 됐다. 할아버지는 사옹원 봉사(임금의 음식물을 관장하는 부서의 하급 관리)였다. 화를 피해서 한강에서 배를 타고 지금의 김제시 만경읍 화포리로 피신을 왔다. 김제에서 자리잡고 살면서 정한 가훈이 있다. ‘필화 사건에 연루될 수 있으니 문집을 만들지 말자. 큰 부자가 되지 말자. 높은 벼슬을 하지 말자. 그러나 학문은 그치지 말자.’”

기묘사화는 조선 중종 시절, 조광조 등 신진사림 세력이 훈구파의 모함을 받고 권력 핵심에서 숙청된 사건을 말한다. 김 의원은 말을 이었다.

“그 가훈을 계속 이어왔다. 그런데 21세기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역적이 있을 수 없고, 우주가 한 가족인 세상이 됐다. 학문을 배웠으면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91살인 그의 부친은 김제에서 여전히 상투를 틀고 학문을 연마하고 있다고 한다. “가훈을 파기하려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잇고자 하는 것”이라며 몇달간 부친을 설득했다고 한다. 6년 전 일이다. 19대에 이어 20대 총선에 출마해 처음 당선됐다. 그의 가문으로서는 1519년 기묘사화 이후 근 500년 만에 참여하는 현실정치다. 그의 실천 방향은 이랬다.

“정자(政者)는 정야(正也)라(정치는 곧 올바름이다). 정치라는 것은 바로잡아주는 것이다. 바르지 못한 사람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바로 정치다. 부정부패에 연루된다거나 특권이 있으면 잘못된 것이고, 바로잡아야 한다. 이 정치의 원리를 구현하고 싶다. 또 일제 36년을 거치며 한국인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다.”

지역구 김제·부안에 대해서는 “농공병진”이 목표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될 때 김제·부안은 1차 산업에 그대로 묶여 있었다. 새만금 개발을 완료해 황해권의 중심 도시로 만드는 게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그래서 상임위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갔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된 뒤 그는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칠언율시’를 썼다. 방에 걸어둘 예정이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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