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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금요일 ‘프라이데이 뉴스’의 비밀

등록 2016-07-14 15:35수정 2016-07-14 16:15

정치BAR_취약시간대 ‘중대발표’가 많은 이유

2016년 7월8일, 7월의 두번째 금요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저녁 6시30분에 새누리당의 선거홍보 동영상 무상수수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발표했다. 새누리당이 3억8500만원짜리 텔레비전용 홍보 동영상 제작을 업체에 의뢰하면서 8000만원짜리 인터넷용 선거운동 동영상을 공짜로 제공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파격적인 방식으로 새누리당 홍보 작업을 진두지휘한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본부장과 새누리당 당직자 2명이 고발됐다. 광고 제작사를 상대로 한 집권여당의 ‘갑질’이었지만 이 뉴스는 사건의 비중만큼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보도자료 배포가 금요일, 그것도 일과시간이 끝난 늦은 시각에 이뤄진 ‘기습’이었기 때문이다.


휴일 전야 금요일 ‘설렘’은 커지고

2004년 7월부터 주5일제가 시작된 뒤 휴일 전야인 금요일은 설렘 가득한 날이 됐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말도 아마 그때부터 나왔을 거다. 신문도 주5일제의 트렌드에 발을 맞췄다. 2012년 1월, <한겨레>는 ‘스토리가 있는 주말’이라는 개념으로 주말 내내 오래 두고 읽을 수 있는 호흡 긴 기사로 지면을 채우는 ‘토요판’을 발행했다. 한겨레의 새로운 시도에 종합일간지 대부분이 토요판의 포맷을 차용했다. 토요판 지면에 분량이 긴 분석·인터뷰 기사들이 많이 실리면서 전날인 금요일에 ‘발생’한 기사를 싣는 지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일요일에 출근하는 기자들의 금요일 휴무도 많아졌다. 전통언론인 신문사들도 ‘디지털 대응’을 강조하지만 금요일은 여러 이유로 뉴스 제작의 ‘취약 시간’이 됐다. 역으로 말하면, 뉴스를 쥐고 릴리스 시점을 저울질하는 ‘권력자’로서는 언론과 대중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금요일이 ‘불리한 뉴스를 털어버릴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 된 것이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2016년 7월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2016년 7월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의 두번째 금요일, 7월8일이 그랬다. 8일 오전 10시 국방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사드 배치 지역은) 한·미 공동실무단이 협의 중이며 아직 결과에 대해 보고받은 바가 없다”(7월5일), “(사드 배치 협의는) 금년 내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국회 발언을 떠올리면 너무나 갑작스런 발표였다. 그것도 금요일에.

그날의 기습은 동시다발적이었다. 검찰은 그날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된 박선숙·김수민 의원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발표 시점은 오전 11시55분.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식당에 도착했거나 줄을 섰을 시각이다. 온라인 속보를 준비해야 했던 기자들로서도 매우 난처한 시점이었다. 검찰은 김수민 의원을 6월23일, 박선숙 의원을 6월27일 소환 조사를 벌였다. 박 의원 조사로부터 구속영장 청구까지 무려 11일이 걸렸다. 통상적으로 피의자 조사 뒤 2~3일 안에 신병 처리를 결정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고, 수사의 일정상 오늘 청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을 구속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한 임시회 회기(7월4~6일)를 피했다고 볼 수 있으나 하필 그게 왜 금요일인지는 설명이 부족하다.


사드에 구속영장에 고발까지

중앙선관위의 새누리당 정치자금법 위반 고발 건은 금요일, 그것도 오후 6시 이후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중앙선관위의 ‘배려’가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이다. 중앙선관위 ‘리베이트 의혹 사건’ 고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국민의당은 발끈하며 중앙선관위가 ‘외부 압력’을 받고 새누리당 고발 사건의 발표 시점을 늦췄다고 주장했다. 7월9일 토요일 국민의당은 긴급 대책회의를 연 뒤 ‘중앙선관위의 편파적 행위에 엄중한 항의를 표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우리 당은 선관위가 8일 오후 3시께 자료를 배포할 것이라는 내용을 입수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선관위는 언론 마감 시간 이후인 금요일 저녁 6시30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이는 '신종보도지침'”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선관위가 어제(8일) 보도자료를 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다렸지만 모처의 압력을 받고 발표를 하지 않아 오후 5시부터 전화독촉을 해 늦게서야 자료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7월8일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수민 의원(왼쪽)과 박선숙 의원이 2016년 7월11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가는 모습. 이들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연합뉴스
2016년 7월8일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수민 의원(왼쪽)과 박선숙 의원이 2016년 7월11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가는 모습. 이들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주장에 선관위도 반박하고 나섰다. 선관위는 “고발을 결정한 후 고발장 접수를 위해 대검찰청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5시가 넘었고,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고발장을 접수한 후 오후 6시30분경에 보도자료를 제공했다”며 “고발장이 접수되지도 않은 오후 3시경에 보도자료를 제공하려고 하였다는 것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으며, 보도자료 제공 시점에 대해서는 어떠한 외부압력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발을 결정하고 고발장을 낸 날이 하필 금요일, 늦은 시각이었는지는 설명이 없다.

‘프라이데이 뉴스’의 진실은 무엇일까. 떳떳하게 밝히자니 비판이 두렵고 안 밝히고 슬쩍 넘어가자니 나중에 발각되면 더 두들겨맞을 것 같고…. 뉴스를 쥐고 있는 ‘권력자’에게 금요일은 너무나 매혹적인 시간일 것이다. 물론 그들의 ‘꼼수’는 ‘내부 고발’이 없는 한 팩트로 확인할 길은 없다. 꼼수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느 교육부 관료의 말처럼 그들의 눈에 기자나 독자나 ‘우매한 개·돼지’에 불과할 것이다. 불타는 금요일. 그래서 더 철저한 사주경계가 필요하다.

◎ 관련 기사 : 자~자, 민망한 중대 발표는 금요일에 합시다 http://me2.do/G1eZoT3n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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