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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에 모호한 김종인에게 ‘정글만리’를”
“‘신들의 봉우리’ 읽고 북한산 오릅시다”

등록 2016-07-27 10:19수정 2016-07-27 10:50

정치BAR_유력 정치인들이 서로 추천하는 책
※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데, 난마 같은 현실 속에 길 뚫어내는 게 직업인 정치인들은 정말로 책 속에서 길을 제법 찾곤 한다. 그리고 곧장 써먹는다.(감동만 하는 우리와는 좀 다르다.) 그들에겐 어떤 책이 필요할까. 유사업종 종사자들이 제일 잘 알겠지 싶어 유력 정치인 9명에게 서로 한명씩 골라 책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따뜻한 보수’의 길로 이끈 <공화주의>(인간사랑) 같은 책이 이번 여름, 그들을 찾길 바라면서.


박지원, 김종인에게 ‘공격형’ 추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에게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해냄)를 추천했다. 박 위원장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한반도 주변 정세, 특히 중국의 입장이 초미의 관심사”라며 “중국 현지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자국 이익을 위해서 뛰는 각국 상사 직원들의 삶을 통해서 냉엄한 국제 현실은 물론 사드 배치가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사드에 대한 김 대표의 애매모호한 입장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을 선택했다. 김 대표는 한때 안 의원의 ‘멘토’로 불렸으나 오래전 갈라섰고 아직도 껄끄러운 사이다. 김 대표는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시공사)를 권했다. 미국의 소장 경제학자와 정치학자인 대런 애스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쓴 이 책은 ‘제도’, 그중에서도 경제 및 정치 제도의 상호작용이 한 나라의 성패를 어떻게 좌우했는지를 다룬다. 김 대표는 “제도는 한 번 정착하면 쉽게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결정적인 국면이 도래하면 제도도 바뀐다. 바뀌어야 할 시점에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앙시앵 레짐’(구체제)이 되고 역사 발전의 질곡으로 작용한다”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동시에 발전하기 위해서는 ‘포용적 성장’의 길밖에 없다. 함께 잘사는 사회를 지향하지 않는 국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사회 변화의 결정적인 국면에 처해 있는 대한민국의 비전 제시를 위해 지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안 의원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철수·박원순은 유승민 지목

책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이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안철수 의원은 “경제 분야에서 유 의원님과 많은 교감을 나눴는데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교육개혁에 대해서도 공감의 폭을 넓히고 싶다”며 조정래 작가의 <풀꽃도 꽃이다>(해냄)를 추천했다. 학교와 사교육 현장 풍경이 생생히 담겨 있는 책이다. 안 의원은 “꿈과 희망을 잃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의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변화를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유 의원에게 산악 만화 <신들의 봉우리>(애니북스)를 권했다. 다니구치 지로가 유메마쿠라 바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그린 이 만화는 1924년 영국 히말라야 원정대에 참가해 정상을 불과 200여m 남기고 실종된 조지 맬러리의 종적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주축이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지금 이 상황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상식과 원칙이 아니다’라고 지난 총선 때 유 의원이 했던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저 역시 스스로에게 ‘나는 왜 시장을 하는가. 왜 정치를 하는가’ 하고 늘 묻는다.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유 의원님과 함께 산을 오르고 싶다. 에베레스트는 어렵겠고, 북한산은 어떠신지?”

정작 유 의원은 특정인에게 책을 추천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설득 끝에 ‘새누리당 사람들과 읽고 싶은 정도의 책’으로 <공화주의>를 골랐다. 그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공화주의가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었는지 잘 나타나 있다. 지금 우리의 시대정신으로 거론되는 양극화와 불공정·불평등 극복, 인간 존엄과 가치 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잘 다루고 있다. 제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이야기하는 데에 이 책 영향을 많이 받았다. 롤스의 정의론 등도 감명 깊게 읽은 책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남경필, 안희정에 메르켈의 ‘연정’ 강조

남경필 경기지사는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전기 <위기의 시대, 메르켈의 시대>(책담)를 추천했다. 남 지사는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연정·협치”라며 “‘연정’에 영감을 준 이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까이 두고 자주 꺼내 보는 책은 이 책”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벌써 11년째 독일 총리로 집권하고 있는 메르켈의 힘도 ‘연정’에서부터 시작됐다. 더군다나 브렉시트로 혼란스러운 유럽은 다시금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독일의 통일 경험도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지사는 ‘모든 지도자분들께’ <토지>(마로니에북스)를 권했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기까지의 무수한 역사적 사건과 민중들의 삶을 담고 있는 박경리의 <토지>는 ‘소설로 쓴 한국 근대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에 대해, 이 땅의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이 땅의 민초들이 겪었던 고난과 고초에 대해 고통스럽게 읽고 있다. 국가가 민초들에게 끊임없이 불신의 역사를 쌓아왔다는 것을 가슴 아프게 보게 된다. 그러나 그 민초들이 일어서서 끊임없이 국가를, 역사를 구한 시간들을 보면서 역시 국가의 주인은 민초고, 민중이고, 국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박원순 시장에게 <새로운 100년: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가슴을 뛰게 하는 통일 이야기>(오마이북)를 권했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부딪히고 있는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의 실종, 분단의 고통과 통일관의 혼란, 그리고 전망의 부재 등에 대한 혜안을 주는 책”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시장님의 도전이 서울에 머물거나, 현시점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한반도 평화통일과 한국 사회 미래 전망까지 아우르기를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약용의 고해>(추수밭)를 여야 정치인들에게 추천했다. 이 책은 정약용이 스스로 쓴 자신의 묘지명을 쉽게 풀어 담았다. 정약용의 자서전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다산은 어려운 조선의 운명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마지막 선비다. 현 정치인들의 선배인 셈”이라며 “공인으로 살아온 인생에서 과연 돌에 새겨 남길 만한 어떤 성취가 있었는지 곰곰이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원철 이세영 김남일 기자 wonchul@hani.co.kr, 일러스트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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