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BAR

당 대표지만 청와대 수석 같은 ‘당무수석’ 이정현

등록 2016-09-28 05:00수정 2016-09-29 11:05

정치BAR_‘그 사람 대체 왜 그래?’ 이정현 심층 분석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상정한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하겠다고 나섰다. 여당의 국정감사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파행정국에서 뇌관을 자처한 것이다. “나는 한번 시작하면 끝장 보는 성격”이라고 하더니, “단식은 정치 쇼”라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다른 정치인들은 쇼, 하지만 내 단식은 쇼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여소야대 국회의 횡포라며 맞선 박근혜 대통령 구하기에 몸을 던진 것이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대표가 국회의장의 사퇴를 내걸고 무기한 단식을 시작할 줄은 미처 몰랐다. 여야의 극한대립 속에서 이정현의 단식은 어떻게 끝날까.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이정현은 현재까지는 정국 파행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국 파행을 끝낼 책임 또한 그에게 있다.

변방의 설움을 ‘몰빵’으로 ‘승화’

2016년 7월3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정현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창원/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16년 7월3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정현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창원/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 8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되기 전까지, 그는 정치권의 이단아였다. 그는 ‘영남당의 호남인’으로 지연도 없고, 서울대 졸업장과 해외 유학파가 넘쳐나는 새누리당에서 학연도 짧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지만, 당내 의원들, 심지어 친박계 의원들과도 교류가 많지 않았다. 최고위원을 지낼 때도 정기 회의에 잘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전당대회 기간 동안 후보 합동연설회 때 “22년간 호남에서 선거 치르면서 참으로 많이 서러웠다”며 울먹였다. 자기도 경상도 의원들처럼 박수 한번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그의 호소에 당원들이 보내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를 들으며, 나는 일찌감치 ‘이정현 당 대표’를 떠올렸다.

58년 개띠인 때문인지, 그는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않고 1984년 민정당에 입당한 지 32년 동안 한우물만 팠다. 오로지 하나만 바라보는 충성심 또한 그를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변방의 컴플렉스를 열정과 노력, 또는 ‘몰빵’으로 대체한 것이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발탁되면서 모든 기준을 박 대통령에 맞춰 중심이동시켰다. 사석에서 기자들이 박 대통령의 흉을 보면 당장 그 자리에서 버럭 화를 냈고, 침 튀기며 박 대통령을 변호했다.

이단아였던 정치인이 당내 다수의 지지를 받아내는 극적 성공의 배경에는 그의 독특한 화법이 있다. 그는 튀면서도 대중적인 어법을 많이 쓴다. 대표적인 언사가 “서럽다”는 단어다. 서민들이 스스로 ‘흙수저’라고 비하하자 자신은 거기다 더해 ‘무수저’라고 했다. 그러나 서럽다고만 할 일은 아니다. 그의 말대로 수십년 동안 박수받는 정치적 무대 위에 있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대부분의 정치 생활을 집권 여당의 당직자로 지냈다.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의 바람’ 공언했지만…

그는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엔 ‘청와대 호위무사’가 되지 않겠냐는 세간의 우려에 적잖이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그런 모습은 다소 불안하게 유지됐다. 균형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는 청와대에 쓴소리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에 “벼와 과일이 익는 건 해와 비로만 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람도 작용한다”며 자신을 “바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여론이 들끓고,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 등에 박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리자, 그는 “보이지 않는 바람”이기를 멈췄다. 오히려 청와대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에 급급했다. 급기야 청와대에 쏟아지는 의혹들을 “목숨을 건 단식”으로 덮으려 나섰다는 게 그의 단식투쟁을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큰 만큼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져가는 것을 온 몸으로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컸을 것이다.

역시나 ‘청와대 바람막이’일 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26일 단식을 시작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당시의 영상을 틀어놓은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26일 단식을 시작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당시의 영상을 틀어놓은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제 그는 한국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직책, ‘당무수석’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몸은 당에 있지만 청와대 수석처럼 행동한다는 뜻이다. 지난 5일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과거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일을 사과하며 야당에 손을 내밀었던 이 대표지만, 이젠 박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해서라면 야당을 향해 아무리 거친 발언도 서슴없이 내지른다. “박 대통령을 쓰러뜨리려는 음모다”, “레임덕을 초래하려고 한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국정감사도 필요없다며 흥분하는 그의 머릿속엔 오로지 박 대통령만 가득차 있는 것 같다.

그는 대인관계엔 서투르지만, 목표를 향한 저돌성만큼은 주변 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한다. 이 대표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함께 했던 한 의원은 “호남 예산을 챙기는 것을 보니, 친한 동료 의원들을 몰아붙이는 기세가 엄청났다”고 말한다. 단식투쟁으로 파행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이 대표를 보니, 앞뒤 안 재고 내달리는 그 성격이 정점에 이른 것 같다. 어디쯤에서 그의 달리기가 멈출까? 또 새누리당은 언제까지 그의 열정적인 ‘헝그리 정신’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까?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탄핵 전후 한결같은 ‘윤석열 머리’…“스타일리스트가 했다” 6.

탄핵 전후 한결같은 ‘윤석열 머리’…“스타일리스트가 했다”

[영상] 김민석 “국힘, 100일 안에 윤석열 부정하고 간판 바꿔 달 것” 7.

[영상] 김민석 “국힘, 100일 안에 윤석열 부정하고 간판 바꿔 달 것”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