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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톡톡’으로 닫힌 국회를 똑!똑!

등록 2016-10-26 05:01수정 2016-10-26 11:09

정치BAR_시민 참여 ’입법 플랫폼’ 떴다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민입법플랫폼 ‘국회톡톡’ 시연회가 열리고 있다. 국회톡톡은 법안 발의부터 의결 과정까지 일반 시민들이 국회의원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양쪽을 이어주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 사이트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민입법플랫폼 ‘국회톡톡’ 시연회가 열리고 있다. 국회톡톡은 법안 발의부터 의결 과정까지 일반 시민들이 국회의원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양쪽을 이어주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 사이트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유권자인 국민들이 국회에 의견을 직접 전달하는 ‘청원’이라는 방법이 있다. 국회법을 보면, 국민은 의원의 소개로 국회에 청원서를 낼 수 있고 소관 상임위에서 청원서를 심사하며 의원 30명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본회의에 올려 논의할 수 있다. 대의 민주주의 제도에서 국민들의 뜻을 온전히 반영하려는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법률로 보장해놓은 셈이다.

국회로 들어간 청원의 99%, 휴지통으로 직행

실제로 국회에는 시민들이 만든 법안부터 결의안, 지역 민원까지 다양한 형태의 청원이 접수된다. 그러나 ‘성적표’는 초라하다. 19대 국회 4년 동안 모두 227건의 청원이 있었지만 본회의에서 ‘채택’된 것은 단 2건이었다.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한 게 44건, 철회가 4건이었고 19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 게 177건이었다. 절대다수의 청원이 국회의원들의 손도 거치지 않고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것이다. 19대 국회가 채택한 2건도 국립현충원에서 일본 수종을 제거해달라는 요구와 울산 혁신도시에 고가차도 대신 지하차도를 건설해달라는 지역민원이었다. 19대 때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국회 누리집의 청원 통계를 보면 1988년 13대 국회부터 2016년 19대 국회까지 28년 동안 모두 3328건의 청원이 접수됐지만 채택된 건수는 40건(1.2%)에 불과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꿀꺽 집어삼키는 먹깨비 같은 국회의 행태를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국회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할 것인가. 이를 고민하던 정치 스타트업 ‘와글’과 온라인 개발자 조합 ‘빠흐티’,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가 ‘국회톡톡’(toktok.io)이라는 시민입법 플랫폼을 개발했다. 25일 국회에서 론칭 시연회를 열었다.


국회톡톡(http://toktok.io)의 첫 화면 모습.
국회톡톡(http://toktok.io)의 첫 화면 모습.

모바일에서 법안 제안하고 1천명 지지 얻으면 의원 매칭

국회톡톡(toktok.io)의 주인공은 시민이다. 누구든지 이 사이트에 들어와 입법 제안을 할 수 있다. 1천명의 지지를 받으면 입법안을 의원에게 전달하는 의원 매칭 단계로 넘어간다. 관련 상임위 의원들에게 법안을 발송하고 ‘받을래, 말래?’를 묻는다. 2주간의 말미를 주고 의원들의 최종 수용 여부를 모두 사이트에 공개한다. 입법 제안을 받아들인 의원들은 제안자와 함께 입법 실행의 3단계로 돌입한다. 시민의 역할은 법률안을 의원에게 ‘던져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입법 과정에서 의원들과 함께 움직인다. 의원과 시민의 협업그룹은 국회톡톡에서 자료를 공유하고 토론하고 투표하며 입법에 다가선다.

지난 6일 베타버전을 공개한 국회톡톡은 작은 결실을 맺었다. 처음 올라간 시민제안 3건(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 차별 조장 정보 게재를 금지하는 표준이력서 도입, 불공정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중 몸이 아픈 어린이들의 입원비를 국가가 전액 보장하자는 제안이 5일 만에 1천명의 지지를 얻어 의원 매칭까지 성공한 것이다.

어린이 병원비 국가보장 법안에 윤소하·기동민·오제세·남인순·천정배 ‘응답’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 22명에게 전달된 이 제안에 정의당의 윤소하 의원이 가장 먼저 응답했다. 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기도 했던 윤 의원은 “아이가 아프면 가족도, 이웃도, 지역공동체도 모두 아프다. 아이 때 건강해야 노후가 건강하다. 어린이 병원비 보장 법안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이 법안을 위해 60여개 단체가 오프라인에서 서명운동 중이었는데 이렇게 온라인에서 1호 제안으로 채택돼 감사하다. 시민들과 만들어가면서 행복감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입법에 참여하기로 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산과 입법은 국회의 권한이지만 그 권력도 오로지 국회만 행사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몸짓 자체가 지금은 작아 보이지만 큰 회오리가 돼 사회를 바꿔낼 수 있도록 됐으면 좋겠다”며 “결국 국가예산 400조원을 배분하는 문제다. 우선순위가 무엇이냐는 건 가치와 철학의 판단이겠지만 경우에 따라서 대선후보들의 공약으로도 제시될 수 있고 훨씬 탄력받을 수 있을 거다. 응원하고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 의원 매칭 기간(2주일)이 종료된 결과, 민주당의 오제세·남인순 의원과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까지 동참할 뜻을 밝혔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톡톡 시연회에서 어린이 병원비 보장법안 제안자인 옥정은 사회복지사(가운데)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톡톡 시연회에서 어린이 병원비 보장법안 제안자인 옥정은 사회복지사(가운데)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시민과 의원 ’드림팀’ 구성해 입법 완성까지 함께

이 법안을 제안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옥정은 사회복지사는 “작년에만 해도 저희 단체에서 아픈 아이 840명에게 34억원을 지원했는데 신청한 아동의 70%만 지원이 됐고, 30%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치료비도 없이 기다려야 한다”며 “아이들을 돕고 있다고 하지만 모든 생명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의 생명을 국민의 온정에만 기댈 수 없고 궁극적으로 모든 아이들의 생명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옥 복지사는 “국민건강보험 흑자 20조원 중에 연 5125억원이면 아이들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이 법안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공감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톡톡 플랫폼의 소스코드는 일반에 무료로 공개돼 시민들의 정치 공론장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이진순 와글 대표는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과 소통하는 데 무슨 절차가 필요하겠나. 특정 정당이나 시민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시민들도 절차상 어려움 없이 정책 입안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회톡톡을 기획하게 됐다”며 “개헌 이야기도 나오는데 정치인들끼리 논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말로 개헌이 필요하다면 국회톡톡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 시민들이 원하는 개헌이 어떤 건지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톡톡 소개 동영상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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