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정호성 전 비서관, 최순실씨.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최순실씨에게 유출된 비밀문건 47건은 정치·사회·외교 분야에서 매우 민감한 내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가 입수해 21일 보도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최씨에게 건넨 문건 리스트를 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2월~3월 조각 과정에서 중요 인선안이 거의 다 최씨에게 유출됐다. 국무총리, 감사원장, 국정원장, 검찰총장, 금융위원장 등 기관장 25명뿐만 아니라 국정원 2차장, 기조실장, 국무조정실 1차장, 문화재청장 등 차관급 21명 인선안이 망라됐다.
한-미 정상회담 추진안과 정상회담 자료 등 외교상 비밀도 최씨에게 새어나갔다. 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8일에는 한-미 정상회담과 해외순방 추진안, 3월18일에는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축하 건의, 한-중 정상 면담 내용, 4월12일에는 미 국무장관 접견자료가 최씨에게 넘어갔다. 같은날 유출된 문건에는 북핵 문제 관련 고위 관계자 접촉 내용 등 대북 관계에서 매우 민감한 내용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 일정(2013년 10월), 중동 순방 일정(2014년 4월), 북미 순방 일정(2014년 8월), 이탈리아 순방 일정(2014년 9월), 멕시코 순방시 문화행사 일정(2016년 2월) 등 박 대통령의 국외 순방 일정은 빠짐없이 최씨에게 보고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사정기관의 대통령 보고사항도 최씨에게 함께 보고됐다. 2013년 3월에는 “기업 회장과의 친분 사칭 기업인에 엄중 경고”했다는 ‘민정수석실 비위 조사 사항’, “주가 조작 대기업 오너 편법증여 탈세 엄벌”해야 한다는 고급 수사 정보가 최씨에게 노출됐다.
2014년 4월29일 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체육특기자 입시비리 근절 방안’도 최씨는 함께 보고받았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고 야당이 주장한 뒤 20여일 뒤에 작성된 문건이 입시비리의 장본인인 최씨에게 전달된 것이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물증’으로 확보한 문건 유출만 이 정도다. 앞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최순실씨의 논현동 사무실 책상 위에는 항상 30㎝가량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가 놓여 있었다. 매일 밤 청와대의 정호성 부속실장이 사무실로 들고 왔다”고 밝혔다. 물증으로 확인되지 않은 유출된 기밀 문건이 훨씬 더 방대한 분량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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