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참여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박근혜 정부에서 통일준비위원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사드 방중’을 “매국행위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문 명예교수는 6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외교는 정부가 독점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미국하고는 네트워크가 좋은데 중국하고는 없다, 그러면 야당 의원들이 가서 소위 메신저 역할을 해줘도 되는 것”이라며 “외교부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야당 의원들에게 이런 식으로 중국 사람들 설득해주십시오, 이렇게 이야기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자기가 안 한다고 해서 정부·여당 쪽에서 그걸 매국외교라고 부르는 건 아주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에 가서 사드 배치 재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국가 신뢰도를 저해하는 일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건 난센스다. 미국에 대해서만 신뢰도가 있고, 중국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없는 거냐”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건 아주 잘못된 외교라는 거죠. 그리고 정부가 잘못된 결정을 했는데, 지금 배경을 보세요. 작년 1월7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우리 국민적 토론도 없이, 정부 내부의 신중한 토론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드 결정을 했다는 말이에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요? 이게 충분한 국민적 공론화가 되고, 여야 간에 충분한 협의가 되고, 군사적 위험성은 있는가? 경제적 이득은 있는가? 사드 배치에 따른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것들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국민을 설득한다, 안 한다, 그런 상황 하에서 야당이 간다면 문제가 있죠. 그런 것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결정해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이런 걸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수용합니까? 그건 정부가 외교를 하는 데 외교의 기본을 어긴 겁니다. 외교의 기본은 국민적 합의를 구하지 않으면 그 외교가 잘될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이해당사국들은 그 틈을 파고들겠죠. 그러면서 한국 내에서 사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겠죠. 그게 국제정치의 기본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해야지.”
문 명예교수는 “사드 한다고 이북 아이들이 핵무기 사용 안 하겠냐. 더 중요한 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예방외교를 해야 하는데, 예방외교를 하는 데는 미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중국하고 긴밀한 협의가 중요한데 그 단계를 밟지 않고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상당히 토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명예교수는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발언도 “당연한 외교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문 명예교수는 “우리의 가장 큰 군사적 위협인 북한과 항상 이야기해야지 왜 그걸 미국이나 중국 같은 제3국을 통한 우회외교를 통해서 풀려고 하냐”며 “아무리 북한이 악마라고 하더라도 북한과 바로 협상을 해서 풀어나가는 예방외교의 상상력을 발휘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안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의 아쉬운 점은 예방외교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땜질하는 땜질 외교에 역점을 두었던 것”이라며 “재작년 8월의 목함지뢰 사건이 났을 때 남북한 외교안보담당 고위 당국자들이 합의를 맺고 남북관계 개선을 한다고 했을 때 그걸 잘 밀고 나갔으면 큰 출구가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명예교수는 “그런데 우리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이, 저 자신도 현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2년간 일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북한은 곧 망할 것이다’ 이런 북한붕괴론을 전제로 해서 일종의 흡수통일 시각을 전개하면서 남북관계가 상당히 어그러졌다”고 되짚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