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욕 먹으며 쌓은 시청률 유효기간은?
황당하고 어이 없는 상황을 흔히 ‘막장 드라마’에 비유한다. 최근 갈등 수준이 최고조에 이른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일정한 공식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막장 드라마. 이를 따라가보면 새누리당 내분 상황을 막장 드라마에 비유하는 게 구태의연한 클리셰(진부한 표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많이 닮았으므로.
1. 언어폭력과 감정과잉
자극적인 언어와 폭발하는 감정은 막장 드라마 인증의 필수 요소다. 인적 청산을 둘러싼 인명진 비상대책위와 서청원 의원을 위시한 핵심친박의 대립도 마찬가지다.
포문은 인 위원장이 먼저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을 잃게 됐는데 그분을 따라다닌 사람들은 뭐하나. 나 같으면 의원직 내놓고 농사짓겠다. 정치고 나발이고 사람이 된 다음에 정치해야지, 당만 나가달라는데 그것도 못하느냐. 일본 같으면 할복한다. 인적 청산도 핵만 없애야 한다. 핵만 제거하면 악성종양이 번지지 않을 수 있다.”
인적 청산의 핵으로 몰린 서청원 의원도 지지 않았다.
“국민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커서 ‘성직자’를 모셔 왔더니, 그분이 정치인보다 더한 거짓말 솜씨를 보이고 있다. ‘거짓말쟁이 성직자’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이제 당을 떠나 주길 바란다. 인 비대위원장이야말로 ‘악성종양의 성직자’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당신이 말한 인적청산의 기준에서, 다른 정치인들의 할복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스스로 ‘정치적 할복’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묻고 싶다. 며칠 전 저에게 할복하라고 했는데 언제쯤 할복하면 좋겠느냐. 제가 할복할 장소와 시간을 달라.”
2. 배신이야, 배신
배반과 배신은 런닝맨과 막장 드라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서청원 의원은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인 위원장이 ‘인적 청산 안한다, 앞으로 잘 모시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배신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명진 카드’가 거론됐을 때 친박중진들을 설득한 자신과 통화에서 인 위원장이 “‘누가 누구를 청산할 수 있습니까. 말이 안 되죠’라는 말로 믿음을 줬다”고 했고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최다선 의원인 자신을) 국회의장으로 모시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인 위원장을 “평소에 존경해서 1년에 한두 번 식사 모시고 자문도 구한” 서청원 의원의 배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배신자’라는 주장에 인명진 위원장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새누리당 안에 그 어떤 사람도, 어떤 사람이 누구를 인적청산할 수 있느냐. 누가 누구를 청산할 수 있느냐는 게 (서 의원에게 건넨) 정확한 얘기”라는 것이다. 비박이 친박을 단죄하는, 새누리당 내부 계파 간의 인적 청산이 안 된다는 거였지, 외부인인 자신이 ‘인적 청산은 없다’고 약속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인 위원장은 “30년 교류를 했는데 내가 그런 사람인 걸 몰랐다, 내가 숨겼으면 내가 참 대단한 위장술을 (보인 것이고) 그분이 몰랐다면 사람 보는 눈이 없으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 등 비대위에 거취를 백지위임하며 인 위원장 편에 선 일부 친박들도 서청원 의원에겐 배신자일 뿐이다. 10일 열린 의총에서 서 의원은 자신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친박 재선 박맹우 사무총장에게 “당신 인간도 아니야. 당신도 잘못하고 있는 거야”라는 독설을 내뱉었다.
3. 전근대적 가치관 신데렐라 컴플렉스, 남존여비, 지독한 가부장적 사고 등 전근대적 가치관은 막장 드라마의 단골 코드였다. 새누리당 쇄신 갈등 국면에서 등장한 전근대적 가치관은 색깔론이다. 서청원 의원은 “개혁보수의 탈을 쓴 극좌파냐, 새누리당에 들어온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냐, 누구를 위하고 누구를 이롭게 하려는 것이냐, 좌파 집권을 돕고자 하는 것이냐”며 인명진 위원장의 정체성을 거듭 거론한다. 그리고 “‘인민재판식 의원 줄 세우기’는 과거에는 찾아 볼 수도 없는 일”이라며 “마치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고 그의 일파를 숙청하며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듯한 행태는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보수 진영의 ‘색깔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4. 악녀의 존재
<아내의 유혹>의 민소희,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 등 악녀는 드라마의 극적 긴장감과 막장성을 높이는 1등 공신이다. 새누리당 분당 국면에서 최순실이 ‘친박 8적’을 거느린 악녀로 잠깐 등장했으나 다른 ‘연기자들’의 반발로 급하게 중도 하차했다. 새누리당의 오래된 막장 드라마 속 악녀는 단연 박근혜 대통령이다. 악녀는 자기가 원하는 게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에 넣고 방해가 되는 사람은 파멸로 몰아넣는다. 무한권력을 휘두른 <선덕여왕> 속 미실이 떠오르지만 박 대통령의 무능함을 감안하면 꼭 들어맞는 비유는 아니다.
박 대통령은 한때 출당 등이 논의됐지만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 내 독보적인 악녀 캐릭터를 품으려 하고 있다. “국정파탄은 대통령으로서 한 일이지, 새누리당 당원으로서 한 일이 아니다”라는 논리다. 시청률을 의식해서 그러는 것일까. 막장 드라마의 김을 빼는 악녀의 변신, 개과천선은 흔치 않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당원 자격을 유지한 채 부실한 답변을 무기로 헌법재판소를 무대 삼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5. 무리한 연장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핵심친박들의 탈당 시한을 2017년 1월6일로 못박았으며 그때까지 인적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1월8일에 자신의 거취를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6일 친박의 보이콧으로 비대위 구성을 결의할 상임전국위가 무산되는 곤경도 겪었다. 1월8일에 거취를 표명하겠다는 본인 약속대로라면 그날 비대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순리이지만 인 위원장은 이 뜻을 거둬들였다.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1월9일 상임전국위 정수를 줄이는 꼼수 끝에 비대위 구성에는 성공했지만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결사항전 태세는 변함이 없다. 이들을 강제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윤리위에서의 제명, 의총에서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사태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주목을 받는다 싶으면 질질 끌면서 무리하게 분량 늘리는 막장 드라마를 닮았다.
6. 욕 먹어도 쏠쏠한 시청률 막장 드라마가 명맥을 유지하는 건 ‘욕하면서 보는’ 시청자의 공도 크다. 새누리당 쇄신 작업도 그렇다. 분당 직후 지지도에서 새누리당을 능가했던 바른정당(이전 개혁보수신당)은 주춤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갤럽의 1월 첫째주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12%로, 바른정당(6%)을 압도했다. ‘인명진 효과’다. 그러나 욕 먹으며 지탱하는 시청률이 지속되긴 힘들다. 더 자극적인 장면이 정당판에서 연출된다면 욕만 하고 지지는 철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쇄신 과정에서 연출된 새누리당 막장 드라마. 이제 종영을 예고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참고 문헌
’PD저널’ [막장 드라마 전성시대?!] ① 막장의 공식
‘나무위키’ 막장 드라마/특징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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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윗모습)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박들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아무 잘못도 없다”며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앞줄 오른쪽)을 `목사님'이라 부르며 당무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 배신이야, 배신
“배신이야, 배신”을 외치는 불사파 두목 조필(송강호 분)
3. 전근대적 가치관 신데렐라 컴플렉스, 남존여비, 지독한 가부장적 사고 등 전근대적 가치관은 막장 드라마의 단골 코드였다. 새누리당 쇄신 갈등 국면에서 등장한 전근대적 가치관은 색깔론이다. 서청원 의원은 “개혁보수의 탈을 쓴 극좌파냐, 새누리당에 들어온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냐, 누구를 위하고 누구를 이롭게 하려는 것이냐, 좌파 집권을 돕고자 하는 것이냐”며 인명진 위원장의 정체성을 거듭 거론한다. 그리고 “‘인민재판식 의원 줄 세우기’는 과거에는 찾아 볼 수도 없는 일”이라며 “마치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고 그의 일파를 숙청하며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듯한 행태는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보수 진영의 ‘색깔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4. 악녀의 존재
<왔다! 장보리> 속 악녀 연민정(이유리 분)
5. 무리한 연장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핵심친박들의 탈당 시한을 2017년 1월6일로 못박았으며 그때까지 인적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1월8일에 자신의 거취를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6일 친박의 보이콧으로 비대위 구성을 결의할 상임전국위가 무산되는 곤경도 겪었다. 1월8일에 거취를 표명하겠다는 본인 약속대로라면 그날 비대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순리이지만 인 위원장은 이 뜻을 거둬들였다.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1월9일 상임전국위 정수를 줄이는 꼼수 끝에 비대위 구성에는 성공했지만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결사항전 태세는 변함이 없다. 이들을 강제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윤리위에서의 제명, 의총에서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사태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주목을 받는다 싶으면 질질 끌면서 무리하게 분량 늘리는 막장 드라마를 닮았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반성·다짐·화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6. 욕 먹어도 쏠쏠한 시청률 막장 드라마가 명맥을 유지하는 건 ‘욕하면서 보는’ 시청자의 공도 크다. 새누리당 쇄신 작업도 그렇다. 분당 직후 지지도에서 새누리당을 능가했던 바른정당(이전 개혁보수신당)은 주춤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갤럽의 1월 첫째주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12%로, 바른정당(6%)을 압도했다. ‘인명진 효과’다. 그러나 욕 먹으며 지탱하는 시청률이 지속되긴 힘들다. 더 자극적인 장면이 정당판에서 연출된다면 욕만 하고 지지는 철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쇄신 과정에서 연출된 새누리당 막장 드라마. 이제 종영을 예고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참고 문헌
’PD저널’ [막장 드라마 전성시대?!] ① 막장의 공식
‘나무위키’ 막장 드라마/특징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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