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BAR

반기문 메시지가 보여준 ‘잃어버린 10년’

등록 2017-01-18 17:49수정 2017-01-19 16:07

정치BAR_현실감각 떨어지는 말·말·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0년 동안 외국에 있었다. 지난 12일 귀국한 반 전 총장은 “국민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고 싶다”며 전국을 순회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반 전 총장에겐 이런 ‘민심 탐방’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공백, 이를 메우려는 ‘속성 과외’이기도 할 것이다. 많이 듣고 공감하는 대화는 필수이고 대통령을 꿈꾸는 자신의 비전을 내보여야 한다. 그러나 그가 ‘민심 탐방’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한국 사회에 대한 동떨어진 현실 인식 등을 드러낸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서 강연 및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위해 행사자으로 들어가려다 시민단체회원과 학생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광주/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서 강연 및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위해 행사자으로 들어가려다 시민단체회원과 학생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광주/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 청년실업 문제 | “인턴 늘리고 노력해서 기회 잡아라”

반 전 총장은 귀국 다음날인 13일, 서울 사당동의 한 식당에서 청년들과 김치찌개로 점심식사를 하면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청년들의 하소연을 들었다. 반 전 총장은 “대기업에서 역량이 훨씬 더 크니 이런 곳에서 대학과 연계해 학생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인턴이나 보조사원으로 인성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런 면에서는 2~3년 같이 일하다가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채용하는 이런 방법을 확대하면 어떻겠나”라고 제안했다. 열정페이 형태의 인턴 제도가 취업 희망자들을 착취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었다. 반 전 총장은 또 “나도 처음부터 유엔 사무총장은 꿈도 안꿨다. 매 과정 마다 최선을 다하면 된다”며 “겸허한 자세로 자기 실력을 쌓고 나름대로 노력하면 저는 기회가 온다고 본다”고도 했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극심한 양극화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진 상황에서 ‘하면 된다, 노오력하면 된다’는 식의 고답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반 전 총장은 18일 광주 조선대를 방문해서도 “인턴 확대” 등을 거듭 주장해, 닷새 전의 발언이 단순한 실언이 아님을 증명했다. 반 전 총장은 ‘청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청년층이 글로벌 스탠다드한 시야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하는 만큼 해외로 진출하고 정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기업과 협의를 해서 인턴제나 산학협동을 확대한다든지, 꿈 많은 청년의 해외진출 기회를 준다든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말할 수 있도록)”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과 매우 유사하다.

조선대생들은 학교로 들어오는 반 전 총장을 향해 “청년문제 위해 한 것도 없는 반기문 나가라”, “반기문씨, 광주 왜 왔습니까? 청년문제에 대해서 뭘 압니까?”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무거운 표정으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무거운 표정으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 조선업 침체 | “세계적 네트워크 활용해 선박 발주 촉진하겠다”

반 전 총장은 16일 경남 거제시를 찾아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대표단과 만났다. “10년 간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조선산업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깝게 생각했다”는 게 간담회를 마련한 이유였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전 세계적 지도자들과 네트워크가 많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쌓은 세계적 인맥을 과시했다. 그는 이어 “세계 각국 정상들이 수출 증대를 위해 맹렬히 뛴다”며 “군함을 건조할 수 없는 나라들에 대해선 정상외교를 통해 얼마든지 (선박 수출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유엔 사무총장 재직으로 얻은 인맥을 활용해 해외 발주를 늘리겠다는 건,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 조선업의 상황을 간과한 발언으로 보인다. 대선 주자로서 다른 후보들과의 비교우위를 보여야 한다는 조급함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발언을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군함 발주를 돕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쟁의 불행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고”, “공동이익을 위한 경우 이외에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신에 입각해 창설한 유엔의 직전 수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3. 쌀 수매 문제 | “정부 보조금 어마어마해서 쌀 수출 못해”

반기문 전 총장은 17일 전남 영암 개신리 마을회관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났다. 주민들은 쌀 수매값 폭락과 농가소득의 감소 등을 거론하며 “좋은 자리에 가면 제대로 된 농업정책을 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깊이 말할 준비는 안 돼있다”며 운을 뗀 반 전 총장은 “선진국에서는 제한된 인원이 제한된 지역에서 농업 생산하는 것을, 가공해서 수출하는 부분에 더 신경을 쓰는데 우리나라는 제약이 있다”며 그 제약으로 ‘정부 보조금’을 들었다. “정부에서 특히 쌀에 어마어마하게 보조금을 주고 있고 국제 가격보다 5배 이상 주니 한국은 쌀을 대외적으로 수출 못하게 돼있다”는 것이다. 쌀을 생산하는 농가가 정부 수매제로 소득을 보전하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건 대화 상대의 처지를 제대로 이해 못한 발언일 수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탄핵 전후 한결같은 ‘윤석열 머리’…“스타일리스트가 했다” 6.

탄핵 전후 한결같은 ‘윤석열 머리’…“스타일리스트가 했다”

[영상] 김민석 “국힘, 100일 안에 윤석열 부정하고 간판 바꿔 달 것” 7.

[영상] 김민석 “국힘, 100일 안에 윤석열 부정하고 간판 바꿔 달 것”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