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쪽이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 의혹을 해명하는 공식 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반기문 전 총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그 날짜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박민식 전 의원은 23일, 반 전 총장의 법률 대리인 자격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견을 열어, 2005년 5월3일 당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한남동 공관에서 베트남 외교장관을 환영하는 만찬 자리에서 박연차 회장에게서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시사저널> 보도를 반박했다. 그날 일정이나 촬영된 사진, 참석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박 회장이 만찬에 늦게 참석했고 만취해서 돈을 전달할 여건이 되지 않았으며 없었으며 공관에는 은밀하게 만날 ‘집무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알리바이를 제시한 것이다. 박 전 의원은 반 전 총장이 그날 쓴 일기에서 박연차 회장의 이름도 쓰지 않을 정도로 ‘초면’이었고 “대통령의 후원자라서 그런지 태도가 불손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며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낸 것도 근거로 들었다.
박 전 의원은 “목격자도 없고 중요 참고인도 없다. 그냥 유령이 등장하는 소설에 불과하다. 만약에 이걸로 재판을 하면 무혐의이고 무죄”라며 “12년 전 일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과학적으로 재구성하진 못하지만 디테일에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보도의 진위는) 여러분이 판단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물리적으로 알리바이가 성립 안되는 상황에서 어떤 상황에서 작성했는지도 모르는 그런 리스트가 100장, 1000장이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냐”고 덧붙였다. 2008년 대검 중수부 수사를 받던 박연차 회장이 반 전 총장의 이름을 포함한 금품 전달 리스트를 검찰에 제출했고, 2005년 박 회장 비서의 다이어리에 반 전 총장의 이름이 두 차례나 등장한다는
<한겨레> 보도는 이런 식으로 비껴간 셈이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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