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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문재인→? ‘저니맨’ 김종인의 ‘벌써 5년’

등록 2017-03-07 17:34수정 2017-03-08 09:54

정치BAR_이번엔 대통령으로 누구를…_정치바
그래픽 김지야
그래픽 김지야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1년, 이 대통령의 측근 비리에 이어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빈사 상태에 빠졌다. 정권 재창출은 언감생심으로 보였고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의 동반 사퇴로 지도부가 붕괴했다. ‘누란의 위기’에 처했던 그해 말, 박근혜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판했다. 그의 등판을 더욱 화려하게 만든 건 그가 꾸린 비상대책위원의 면면이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김종인 전 의원이었다.

당시 김종인의 한나라당행, 정확히 말해 김종인이 박근혜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인 건 의외였다. 그는 ‘새 정치’를 표방하며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던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보수 기득권 옹호 정당인 한나라당을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주체로 점찍었다는 것도 이상했다. 그러나 그는 한나라당 입당 직후인 2011년 12월27일 인터뷰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우리 같은 사람을 불러들였으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인식을 했다고 본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뭐하러 참여하겠나”라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향해 신뢰를 보였다. (관련 기사: “한나라 창조적 파괴 필요…MB정부와 차별화해야”)

2012년 9월5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대책기구 임명장수여식에서 박근혜 대선 후보와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12년 9월5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대책기구 임명장수여식에서 박근혜 대선 후보와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종인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안대희 전 대검 중수부장 등을 영입한 박근혜 비대위는 새누리당 간판을 앞세우고 2012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는 곧 벽에 부닥쳤다. 보수적 성장론자인 이한구 의원 등 당의 주류 경제통들과 갈등을 빚어 점점 주도권을 잃었고 경제민주화 공약도 색깔이 바랬다. “박근혜 후보에게 로비가 들어가 경제민주화 공약이 후퇴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2012년 11월11일, 박근혜와 그가 대동한 측근 9명과 10대1로 ‘조리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김종인, 박근혜가 불러 나가보니…어머, ‘10대1’)

이후 당무 거부와 복귀를 반복했지만 사실상 이때부터 김종인과 박근혜는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그는 2013년 12월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2014년 10월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대선 때는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확실하게 믿었으나, 사람 속까지 들여다볼 순 없으니 어쩌겠냐”며 “(경제민주화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했던 데 대해 국민들에게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는 누구 자문도 안 하겠다”고 결심했다. (관련 기사: 김종인 “한때 내가 과욕…국민들께 미안하다”)

2016년 1월15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려고 문재인 대표와 함께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16년 1월15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려고 문재인 대표와 함께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던 그는 2016년 1월 다시 중앙 정치 무대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의 새 둥지는 새누리당의 ‘안티 파티’인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안철수 의원 등 비문 세력이 당을 나가고 야권 분열로 총선 절멸의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가 그를 어렵사리 ‘모셔온’ 것이었다. 김종인 영입으로 더민주는 ‘유능한 경제정당’이라는 이미지로 지지층의 확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배치하는 ‘셀프 공천’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당내 비판을 받고 당무 거부 직전까지 갔으나 문 전 대표의 간곡한 만류로 대표직을 유지했다. 김 대표는 “친문·운동권 정당으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며 ‘정무적 컷오프’ 등 공천권을 적극 행사하며 총선을 진두지휘해 대승을 이끌었다.

김종인과 문재인, 공동의 승리였지만 총선 뒤 두 사람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2016년 4월22일 두 사람은 저녁을 함께하며 그간의 회포를 풀었으나 회동 뒤 발언 해석 과정에서 김종인 체제의 연장, 합의추대론 등에서 이견을 보였다. 김종인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親文)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한다”고 격분했다. (관련 기사: 김종인 “낭떠러지서 구해놨더니 문재인 엉뚱한 생각”) 문재인과의 공식 결별이었다.

2016년 8월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추미애 의원에게 당 대표직을 넘기고 김종인은 평의원의 자리로 내려왔다. 그리고 천하를 주유하며 제왕감을 검증하는 현자처럼 대선후보 감별사를 자처했다. 문재인이 아닌 누군가에게서 잠재력을 발견하면 그를 밀겠다는, 이도 저도 안 되면 자신이 직접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그림이었다. 2016년 7월엔 남경필 경기지사와의 대담에서 수도이전 구상에 공감을 표하더니 9월엔 남 지사의 모병제 주장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소개하며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관련 기사: 김종인 더민주 대표-남경필 경기도지사 “제왕적 대통령제는 더 이상 안 된다”)

2016년 12월에는 “(이재명 시장이) 민의를 재빠르게 읽었다. 앞으로 더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관련 기사: 김종인 "이재명 민의 재빠르게 읽어, 더 약진할 가능성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한 올해 2월 초에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김 전 대표 측근들의 전언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관련 기사: 김종인 탈당 대신 '안희정 킹메이커' 신중 검토) 2월10일에 김 의원은 “안 지사가 대권을 향해서 하는 행동을 보면 합리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조언하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특정인을 앞장서서 지지하는 태도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김종인 “안희정 행보 합리적…조언 가능하나 특정인 지지안해”)

2월28일에는 유승민 의원, 정운찬 전 총리와 ‘한국경제 길을 묻다-김종인이 묻고 정운찬·유승민이 답하다.’라는 제목의 토론회에 참여했다. 여기서 그는 “재벌문제 해결을 위해선 아무리 제도가 만들어져 있어도 대통령의 의식이 미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3자 간 정치적 연대 가능성에 그는 “각자의 의견에 일부 공감하는 것도 있지만 공감 안 되는 것도 있어 결론을 말할 수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관련 기사: 김종인·유승민·정운찬 ‘경제 연대’ 뜨나)

2017년 3월7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3월7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을 제외한 대선주자들과 다각도로 접촉하던 그는 3월7일 결국 민주당 탈당 뜻을 밝혔다. 그날 아침 식사를 그는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함께했다. 기자들과 만난 그는 “(손 의장이) 아침 식사나 하자고 해서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1년 가까이 모든 당이 개혁입법을 외치고 있으면서 진척이 안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국회의 본분, 그런 데에 별로 뜻이 없는 것 같다. 국회의원직 자체가 의미를 부여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국민의 반이 나뉘어 있는 상황이고 발전의 장애요소인데 정치적으로 잘 소화해서 통합을 이루는 게 큰 과제”라며 “그걸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출마할 건지는 두고 봐야 안다”고 말했다. 의원직 사퇴로 정계를 떠나는 게 아니라 사회통합을 위해 뭔가를 또 하겠다는 얘기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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