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중앙일보·JTBC 전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W스테이지 서소문 월드컬처오픈 코리아에서 열린 강연시리즈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26일 대선 출마설에 대해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고 답하며 ‘대타협’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강연을 통해 “대타협 실현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그는 ‘킹 메이커가 되겠다는 거냐’는 질문에는 ”뜬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세력만 모으면 본인이 직접 대선주자로 나설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홍 전 회장은 이날 자신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화운동단체 ‘월드컬처오픈’이 주최한 강연에서 ‘희망의 나라로’라는 제목으로 연단에 섰다. 홍 전 회장은 “토론과 타협·협의 문화의 빈곤은 치명적 부작용을 낳았고 이에 대한 지도자의 무능과 실책은 만성적인 사회분열과 국론분열을 낳았다”며 “대타협은 흔쾌한 공존과 공영의 작동엔진이고 대타협만이 대변혁의 바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타협을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상위 1%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홍 전 회장은 “대한민국이 1대 99로 나눠져있다면 그건 1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 1% 스스로 국민 존중 신뢰 얻는 데 실패했고 바뀌어야 할 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1%는 한국을 책임져야 할 의무를 가졌다. 가진쪽에서 먼저 양보해야 한다. 그리고 아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타협의 열쇠는 바로 지난 수십년간 기득권과 특권 누린 강자와 승자가 먼저 변해야 하고 또 먼저 양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홍 전 회장은 그러나 야당 대선주자들이 말하는 적폐청산 주장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 제도에 기반하는 타협과 합의 과정을 생략하고 지지자들과 시위자의 힘을 빌려 쓸어버리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 나올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국민적 대타협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적폐청산, 잔재 청소는 반드시 실패한다”며 “일방적, 하향식 적폐청산은 나라를 전진시키기는커녕 후퇴시키고 더 어지럽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선주자 간 소연정과 대연정이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연정은 작은 개념이다. 대연정에서도 한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며 대타협이 대연정을 뛰어넘는 훨씬 중요한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타협을 성공시킬 수 있는 역량과 지혜와 품성을 가진 지도자만이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매력국가’로의 전환점을 만들어내야 한다. 바로 그 부분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 최상위 1%, 그분들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는 게 제 소임이라 생각한다. 대타협을 이끌고 성취시키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대타협을 도출해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데, 대타협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상위 1%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하며, 그 일이 홍석현 본인의 “소임”이라는 얘기다. “대타협을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는 홍석현”이라는 논리로 강연 내용상으로는 대선 출마 선언에 가까웠다.
홍 전 회장은 강연 뒤 기자들에게 “사회와 지도자들에 대한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력주자와 함께 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한 표 행사할 수 있고 마음의 지지, 또 그 이상도 될 순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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