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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북풍 차단작전’ 마지막까지 성공할까

등록 2017-04-19 17:36수정 2017-04-19 17:47

[김의겸의 우충좌돌]
지난 여름부터 선제적 공세 전략 마련
안보상황단 24시간 가동·군 출신 대거 영입
최근 여론조사서 ‘외교·안보 적임’ 1위 꼽혀
“안보문제는 대형사건이라 마지막까지 주의”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8일 부산 유세에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정은”이라고 말하고, 바른정당이 19일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의 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검찰에 고발하자 민주당 대선 선대위 관계자는 “예상했던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전개되고 있는 ‘북풍’은 이것만이 아니다. 미국의 대북 선제 공격설이 나도는 때 칼 빈슨 핵항모 전단 등 막강한 전략자산이 한반도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 역대 대통령 선거 가운데 안보 면에서 가장 흉흉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주변사람들은 의외로 차분하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놓았다는 자신감마저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안보의 위기상황이 문재인 후보에게 감점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외교와 안보 상황 대처를 가장 잘 수행할 것 같은 대통령 후보’로 문 후보가 30.8%로 1위였다. 안철수 후보가 19.2%로 그 뒤를 이었고 홍준표 후보 10.5%, 유승민 후보 8.5%, 심상정 후보 1.2% 순이었다. 안보 위기가 약점이 아니라 장점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등 역대 민주당 계열 정당의 후보들이 늘상 북풍에 시달렸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왜 그럴까? 근본적인 이유는 옛 여권 세력이 붕괴되며 ‘화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객관적인 상황 말고도 문재인 후보의 ‘선제적 대응’이 주효했다는 게 문재인 안보팀의 자평이다. 실제로 문 후보는 눈에 띄게 안보 문제에서 선제적 공세를 날리고 있다.

18일치 조선, 중앙, 동아의 1면 광고에는 문 후보가 군복을 입고 나와서 ‘튼튼한 한미동맹과 자주적 외교역량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강한 대통령’임을 내세우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7일에는 보수의 아성 대구에서 특전동지회 회원이 전달한 베레모를 쓰고 경례를 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11일에는 최근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국회의장 주재 5당 대표와 대선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5+5’ 긴급안보비상회의를 열자고 선수를 쳤다. 2월 22일에는 군 장성 출신 100여명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더불어국방안보포럼’을 발족하기도 했다. 빅데이터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통령 후보 가운데 ‘안보’와 관련된 용어를 가장 많이 구사하는 후보가 문재인이라고 한다.

이런 공세 전략은 과거의 뼈아픈 경험에서 나온다. 2012년 대선을 눈앞에 두고 새누리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NLL 발언’을 문제 삼으며 판을 흔들었을 때 손 놓고 당했다. 이 사건으로 정문헌 의원이 벌금 1천만원을 선고 받는 등 범죄가 입증됐으나 선거는 이미 끝난 뒤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근 북핵 관련 미국의 선제타격론 등 안보 혼란과 관련해 열린 안보상황점검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근 북핵 관련 미국의 선제타격론 등 안보 혼란과 관련해 열린 안보상황점검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 후보는 지난 여름부터 일찌감치 서훈 전 국정원 3차장 등을 중심으로 안보팀을 꾸려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때 문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겠다”며 “안보문제, 대북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그때의 안보팀이 지금은 확대 개편돼 ‘안보상황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훈 단장에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부단장을 맡고 있으며 통일·외교·국방 등의 전문가 20~30명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 참가자로는 공군 소장 출신으로, NSC 위기관리센터장을 역임한 류희인 ‘NLL 북방한계선의 기원 위기 사수’ 저자인 이상철 장군, 서형원 전 주 크로아티아 대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 배기찬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있다.

안보상황단은 이번 선거에서 ‘미국 변수’는 일단 잦아들었다고 판단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게 한국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 있으나 안보상황단의 판단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워싱턴의 기류를 살펴본 결과 트럼프 정부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한국 선거 뒤 한미관계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을 한 듯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백악관 외교정책 참모가 펜스 부통령의 전용기를 타고 오면서 동행 기자들에게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한 점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 쪽은 이를 ‘해프닝’이라고 해명했으나 그렇지 않다. 워싱턴에서 내부적으로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나온 발언으로 우리는 파악하고 있다. 미국이 3주밖에 남지 않은 선거에서 핫이슈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도 안보상황단은 미·중 간의 갈등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극단적인 모험주의 노선을 택할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본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그런 경우에 대비해 안보상황단은 24시간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상황이 발생하면 여의도의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전문가들이 20분 안에 다들 모여서 회의를 하고 결정사항을 문 후보에게 보고하는 방식이다. 밤에도 돌아가며 당직을 맡아 미국의 외교안보 상황을 점검해 아침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안보상황단의 한 관계자는 “아침 6시에서 7시30분까지는 바람이 불지 않아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시간이고, 아침 9시30분부터 12시까지는 지구의 자기장, 전자파 때문에 핵실험을 하기에 적합한 시간이라 매일 두 차례는 긴장하고 있다. 오후에는 외신과 북한 동향을 점검하고 밤에는 미국의 상황을 지켜본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 쪽은 이런 상황관리 외에도 ‘사람’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안보를 상징하는 인물들로 문 후보를 감싸서 문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안보 우려를 씻어내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더불어국방안보포럼’으로 이곳에는 장성급 100여명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특전사 모임, 간호장교 모임, 병장 모임처럼 출신별로 다양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방효복 전 육군참모차장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당에선 육군 3군사령관 출신의 백군기 전 의원 등이 주축이다.

지난 10일에는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예비역 소장)을 비롯한 기무사 출신 장군·대령 22명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군 최고의 강한 보수 이미지를 가진 국군 기무사 지휘관 출신들이 민주진보 진영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건국 이래 최초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군부 내의 강경 매파세력이 혹시라도 인위적으로 안보 상황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없는지 각자의 인맥과 정보망을 총동원해 이상징후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인맥을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제3지대, 옛 여권의 통합, 민주당의 분열, 네거티브 문제 등 여러 변수가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사실상 안보 문제 하나가 남아 있다”며 “안보는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한번 터지면 대형 사건이라 마지막까지 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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