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후보 TV토론에 앞서 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TV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다른 야권 후보들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세월호 뱃지를 달지 않은 것입니다. 지난 13일 1차 토론회에 이어 어제 2차 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연한 차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후보들은 TV 토론회에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살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옷차림·머리모양 등도 철저하게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심상정과 달리 1·2차 때 모두 안 달아 4·16때도 추모식에서만 달고 예배 땐 안 달아 안 캠프 “대통령 후보”…‘통합하는 자리’ 취지 진보·보수 모두 타깃…좌표는 “중도에서 약간 좌쪽”
안 후보 쪽 몇 명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통합’할 수 있는 자리여야한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다른 관계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세월호가 토론에서 큰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에 특별히 ‘찰지 말지’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첨언했습니다. 안 후보가 세월호 뱃지를 계속 안 달았던 것은 아닙니다. 3주기였던 지난 4월16일 안산의 추모 행사에 가서는 뱃지를 달았습니다. 추모 행사에 가기 전, 지역구에서 부활절 예배에 참석할 때는 달지 않았습니다. 참사 당일인 4월16일 하루에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졌던 겁니다. 계속 리본을 달고 있었던 문재인, 심상정 후보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년 기억식'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남경필 경기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과 함께 헌화·분향을 위해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안 후보의 이 같은 행동에서 안 캠프가 ‘타게팅’하는 방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야권 진보 후보로 분류되지만 보수의 지지도 동시에 받아, 50%의 지지율을 넘기겠다는 겁니다. 4월17일 공식 선거운동 유세 지역을 정할 때 캠프 내부 논의도 이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광주(호남)를 먼저 갈 것인가, 대구(TK)를 먼저 갈 것인가. 의외로 호남 의원들 중에는 대구를 먼저 가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합니다. ‘반문’ 정서가 해소되지 않았고 안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에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 호남은 안 후보에게 ‘몰아줄 것’이니 대구를 먼저 가도 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호남의 기반부터 탄탄히 다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결국 호남에 먼저 갔다가 대구에 들른 뒤 대전에 갔습니다.
DJ 정신 계승을 얘기하면서 사드 배치 찬성과 한미동맹 강화를 얘기하고, 교육과 복지 등에서 공공성 강화를 얘기하면서 규제프리존법 통과 등 규제 완화를 얘기하는 안 후보의 모습, 유권자들 눈에 ‘줄타기’로 비칠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에게 다소 생경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의 이념 지향 좌표를 뭘로 봐야 할까요? 캠프 핵심 관계자는 “중도에서 약간 좌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반은 진보라는 겁니다. 실제 캠프 내부에서는 안 후보 지지층에서 ‘보수’가 메인으로 자리잡아 호남 표심이 이탈할 경우 “끝이다”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호남에 가서 “재벌 개혁, 검찰 개혁, 정치 개혁” 등 개혁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인재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안 후보가 보수층의 ‘대안 후보’로 떠오르면서 자유한국당 등 옛 여권 출신들로부터 합류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걸러내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관계자는 “적폐세력이랑 같이 간다고 비치면 끝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걸러낸’ 인사들 중에서도 구여권 비리 전력 인사들이 있어 비판을 받았습니다.
안 후보는 이번주 후반 부산·울산·경남을 찾아 지지를 호소할 예정입니다.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등 상도동계를 영입해 영남권 표밭 다지기에 힘을 실으려 애썼지만 김 이사장이 ‘문재인’을 선택하면서 수포로 돌아간 만큼 안 후보가 ‘자력갱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보수층에서 반감을 갖고 있는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이 영남에서 어디까지 도울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진보와 보수 모두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라는 안 후보의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