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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청와대 문지기’…야 “사수” 여 “탈환” 힘겨루기

등록 2017-08-24 11:08수정 2017-08-24 12:16

정치BAR_여당의 운영위원장 속앓이
우원식 원내대표 석달동안 운영위원장 탈환 실패
청와대 바람막이 어렵고·풍부한 특수활동비 못누려
조기대선 여야 교체됐지만 야당은 ‘운영위원장 사수’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지난 22일 저녁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던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바탕 설전이 붙었습니다. “비위가 상하냐”, “배가 아프냐”, “청와대에 쩔쩔 매냐”, “모욕적이다” 같은 감정섞인 표현들도 오갔습니다. 공방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마이크를 잡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정우택 운영위원장(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 기존 여야 합의와 달리 야당 의원들에게 추가질문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한 항의였습니다. 우 원내대표를 바로보며 살짝 찌푸린 표정을 짓던 정 위원장은 마지못해 발언 기회를 줬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위원장이 회의를 불공정하게 운영한다”고 문제를 지적했고, 이에 정우택 의원이 발끈했습니다. 이러한 공방이 벌어진 1차적인 이유는 정우택 위원장이 회의의 공정한 운영을 책임진 위원장석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기존 여야 합의와 달리 야당 의원들에게 추가질문 기회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관행적으로 여당이 맡아온 운영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야당 운영위원장을 보며 속앓이를 하던 우 원내대표는 23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운영위, 정보위는 집권여당 리더십의 출발이자, 책임정치의 기본이다. 야당이 깔고 앉아 청와대 호출용, 안보 위기를 부추길 요량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도대체 국회 운영위가 뭐길래 여야는 이렇게 ‘샅바싸움’을 하는 것일까요.

일단 여야 원내대표의 22일 운영위원회 공방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2일 저녁 운영위에서 우원식 원내대표가 “위원장의 회의 운영이 불공정하다”고 말하자, 정우택 운영위원장이 “말을 삼가라”며 받아치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지난 22일 저녁 운영위에서 우원식 원내대표가 “위원장의 회의 운영이 불공정하다”고 말하자, 정우택 운영위원장이 “말을 삼가라”며 받아치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우원식 원내대표: 아무 소리 안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운영위의 운영을 이렇게 불공정하게 하면 안됩니다. 그렇잖아도 운영위는 여당이 하는 게 옳다는 이런 이야기가 국민적으로 있고 그런점에서 문제제기가 되는데… 운영위원장이 불공정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이 말이 나와서 그런 것이거든요.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인사참사라 고 말하고 원전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 하려면 의석을 내려와서 하세요. 위원장은 공정한 운영자가 되야 하는 겁니다.

◎정우택 위원장 : 말을 삼가세요. 잘 끝내려고 했는데 불을 지르는데…만약 위원장 석에서 질의 못하게 하려면 심재권 위원장(외교통일위원장·더불어민주당)부터 하지 말라하세요. 심재권 위원장은 그렇게 많이 했는데 내가 여기서 2~3분 한 게 그렇게 비위가 상합니까. 그리고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해야한다는) 여론이 많다 했는데 어디 여론인지 그런 여론 못 들었습니다. 저는 정당하게 위원장에 선출된 사람입니다. 누차 이야기 한 것인데 여기서(생중계 되는 회의장에서) 말해서 위원장 망신 줘서 뭘 하겠다는 것입니까. 의원 한사람이 질의해서 한다면 끝까지 하는 것입니다. 막는 게 국회법 어딨습니까. (중략) 한마디 더 드리면 19대 때 정무위에서 김기식 의원(민주당 전 의원)이 몇시까지 했는줄 아세요? 혼자서? 제가 시간 다드렸어요. (중략) 2분 더드린게 불공정하고 배가 아픕니까?

두 사람의 말에서 밑줄쳐야 할 대목은 “운영위는 여당이 하는 게 옳다는 이런 이야기가 국민적으로 있고” “저는 정당하게 위원장에 선출된 사람“ 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운영위가 차지하는 위상을 살펴봐야 합니다.

13대 국회(1998년) 이후 여당은 의석수와 상관없이 운영위원장 자리를 언제나 사수해왔습니다. 법적으로 규정한 내용은 없지만 여야가 원 구성 협상(상임위원회 배정 등)에서 관례적으로 여당에 운영위원장 자리를 배정했다고 합니다. 위원장은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맡습니다.

이는 운영위가 가진 위상 때문입니다. 운영위는 의사일정 협의, 특별위원회 구성 등 국회 운영과 살림을 담당하는 위원회 입니다.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경호실·국가안보실, 경호처 등을 감시합니다. 역대 정권에서 언제나 여야는 운영위에서 격전을 벌였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뒤 국회 운영위가 열릴때 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등 미흡한 대처에 대해 야당은 매섭게 몰아붙이고, 여당은 이를 방어하는데 힘을 쏟는 모습이 반복됐습니다. 회의 개최와 운영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운영위원장 자리는 여당에게 중요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축구로 치면 운영위는 최종 수비 라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집권여당 입장에서는 운명을 같이하는 청와대를 향하는 야당의 공격을 막아야 하고, 여당과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며 존재감을 키워야할 야당은 운영위에서 모든 화력을 쏟아붓습니다. 즉 여당 입장에서는 현재의 야당 운영위원장 체제는 ‘골문’ 앞 수비라인을 상대 공격수가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불편한 상황’이나 마찬가지일지도 모릅니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016년10월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 비서실, 안보실, 경호실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 인사 개입 여부를 따져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이영석 경호실 차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016년10월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 비서실, 안보실, 경호실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 인사 개입 여부를 따져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이영석 경호실 차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그런데 왜 그럼 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인 정우택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을까요?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치러진 ‘조기 대선’ 때문입니다. 20대 국회 상임위는 자유한국당이 여당 시절인 지난해 5월 원 구성 협상의 결과입니다. 상임위원장의 임기는 국회법에서 2년으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올해 12월로 예정된 대선이 7개월 앞당겨 치러지고 여야가 바뀌었습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20대 국회 개원 협상에 따른 것으로 임기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로 ‘운영위원장 교체론’에 맞서고 있습니다. 여당이 생떼를 쓰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정우택 위원장이 “저는 정당하게 위원장에 선출된 사람입니다“이라고 이야기 한 것입니다. 실제로 운영위원장 교체를 강제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고, 여야 협상을 다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를 견제할 수 있는 ‘지름길’인 운영위의 위원장 자리를 자유한국당이 쉽게 내어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앞서 민주당은 의원들의 장관 입각 등으로 공석이 농해수위·윤리위 위원장 자리를 한국당에 주고 운영위·정보위를 찾아온다는 카드를 뽑아들었지만 별 성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지만 ‘여소야대 4당체제’라는 난제를 푸는데 가뜩이나 진땀을 흘리고 있는 우 원내대표에게 운영위원장 자리마저 야당에 있는 지금의 상황은 참 답답한 노릇일 것입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선물 받은 만세선인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운영위, 정보위는 집권여당 리더십의 출발이자, 책임정치의 기본이다”고 목소리를높였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선물 받은 만세선인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운영위, 정보위는 집권여당 리더십의 출발이자, 책임정치의 기본이다”고 목소리를높였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와 함께 운영위원장에게 지급되는 특수활동비도 우 원내대표의 속을 쓰리게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국회 상임위원장들에겐 업무와 관련된 국회대책비(특수활동비)가 지급되는데 운영위원장에게 지급되는 돈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영위원장에게 지급되는 정확한 금액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월 4000만~5000만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여당 일부에서는 정우택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 자리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야당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이 되면 딱히 할 일이 없는데 특수활동비는 다 받아가고, 정작 돈 쓸 데가 많은 여당 원내대표는 쪼들릴 수밖에 없다”며 불편함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한 국회 고위 관계자는 “위세가 높아야 할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인데 이리 저리 치이는 데다, 운영위원장 자리도 못맡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좀 불쌍하다”고 말했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저로서는 정말 마늘과 쑥을 먹고 100일을 버틴 심정이었다. 참을 인(忍)을 수없이 마음에 새겼던 시간이다”고 토로 했습니다. 100일동안 마늘과 쑥을 먹으며 버텨온 그에게 ‘운영위원장 탈환’이라는 선물이 찾아올까요?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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