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겐 일자리 창출 등 경제살리기가 큰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27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기업인들과 ‘호프 미팅’을 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 친척들과의 대화는 즐거우면서도 살짝 고민스럽습니다. 특히 ‘유난히’ 긴 올 추석연휴, 얼굴만 봐도 흐뭇한 시간은 곧 물러가고 대화 소재는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겠죠. 괜히 “결혼 언제 하냐”, “취업은 왜 안되냐” 등 ‘가출 유발’ 질문을 하는 대신, 요즘 정치 돌아가는 얘기로 대화를 이끌어보면 어떨까요. <한겨레> 정치부가 준비한 ‘정치 밥상’ 메뉴로 추석 밥상의 ‘손석희’로 거듭나보세요.
추석 ‘정치밥상’의 머리는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이 차지하지 않을까요? 문 대통령을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말이지요. “문재인 대통령 잘하고 있는 거야?, 미국과 북한 사이에 끼어서 뭘 할 수 있겠어?”라고 따지듯 묻는 분들도 있겠고, “우리 인이(님), 지금처럼만 쭈욱~”이라고 건배를 청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참, ‘인이’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의 이름 끝자를 따서 붙여준 별명으로, 문 대통령도 이 호칭에 만족감을 표한 적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저마다의 관점과 기준이 있을 겁니다. 참고할 수 있는, 비교적 객관적인 잣대가 흔히 지지율이라고 얘기하는 각종 여론조사 기관의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한국 갤럽) 혹은 ‘국정수행 평가’(리얼미터)일 겁니다. 두 기관이 줄곧 주간 단위로 조사를 하고 있으니 그 수치를 참고해 말을 풀어가면 수월하겠지요.
리얼미터 2017년 9월4주차 여론조사결과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그런데, 추석 명절을 앞두고 내놓은 두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가 상반돼 조사업계에서는 “어느 한쪽의 조사 결과가 좀 튄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옵니다. ‘튄다’는 표현은, 여론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거나 다른 조사들과 차이가 있을 때 쓰는 말입니다. 열흘간의 긴 추석 연휴라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 정치에 관심 많은 분들이 숫자로 표시되는 문 대통령의 ‘성적표’에 주목도가 높은데 말이죠.
우선, 발표한 순서대로 결과부터 보겠습니다. 9월28일에 발표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68.6%였습니다. 8월 넷째주 조사에서 73.9%를 기점으로 4주 연속 하락하다 전주에 비해 3% 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이후 전술핵 재도입 등 안보와 관련된 논란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블랙리스트와 선거개입 등이 불거지면서 ‘적폐청산’ 이슈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갤럽 9월4주차 여론조사 결과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그런데 다음날인 9월2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전주에 비해 5%포인트 떨어진 65%로 나타났습니다. 갤럽 조사를 보면, 8월 넷째주 79%를 기점으로 3주 연속 하락하다 지난주 1% 포인트 소폭 반등했는데 이번에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진 겁니다. 갤럽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안보 문제가 부상하면서 점진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한 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가정보원 개혁위, 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 활동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갤럽은 응답자들에게 긍적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를 묻는데 긍정평가 이유에서 2위를 차지한 ‘개혁/적폐청산/개혁 의지’ 답변과 부정 평가 이유 2위를 차지한 ‘과거사 들춤/보복 정치’ 답변이 동시에 늘었다면서 이는 “전 정부, 전전 정부를 향한 국정원 개혁위, 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 등의 활동에 상반된 시각이 존재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조사기관의 대통령 지지율이 각각 68.6%와 65%로 큰 차이가 없으니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두 회사의 조사방식의 차이로 인해, 그동안 갤럽의 대통령 지지율이 리얼미터에 비해 줄곧 3~8%포인트 가량 높게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디지털 공간의 각종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번 주에 발표된 조사결과를 놓고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자세히 옮기지는 않겠습니다. 추석 명절 뒤에도 두 곳의 조사는 계속될 테니 추이를 지켜보면 어느 쪽 조사가 튀었는지 알 수 있겠지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앞으로 어떤 흐름을 보일까에도 관심이 많으실 겁니다. 짧게는 연말, 조금 더 길게는 내년에 가장 큰 정치 일정인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말이지요. 문 대통령의 취임 한 돌 하고도 한 달 남짓 뒤인 6월13일에 열리는 제7회 지방선거는,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가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규모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치러집니다. 문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유지되거나 확대되느냐 혹은 떨어지느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정치 일정인 셈이죠.
역대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귀하는 ○○○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보십니까, 혹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로 물어온 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1분기 평균 81%, 2분기 75%로 1987년 민주화 이후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월등히 앞섭니다. 취임 1년차 1분기만 놓고 보면 공동 2위인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71%에 비해 10%포인트나 앞섭니다. 2분기 평균치 75%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83%에 이어 2위인데 김대중 전 대통령(62%)을 제외한 다른 전임 대통령들이 모두 50%대 아래여서 여전히 꽤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 등으로 강한 부패 드라이브를 걸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1년차 4분기에 59%로 떨어져 하향세를 달리다 5년차 4분기 마지막 조사 때는 6%로 마감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간 조사에서는 그 최하위 기록을 깬 적이 있지만, 박 대통령은 4년차 4분기 마지막 조사 때는 12%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떤 그래프를 그리게 될까요?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하면 임기 초반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테고 그렇지 못하면 하향 추세를 피할 수 없겠지요. 하나마나한 소리라고요? 그래서 전문가들의 도움을 좀 받았습니다. 오늘,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그분들이라고 해서 신통방통한 점괘를 뽑을 수 있겠습니까만, 앞으로 예상되는 긍정적인 변수와 부정적인 변수를 버무려 대강의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외교·안보 현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의 핵심 변수다. 지난 6월29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찬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워싱턴/청와대사진기자단
우선, 앞에서 인용한 리얼미터의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큰 악재만 없다면 당분간은 70% 안팎의 보합세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나 북-미간 갈등 고조 등 안보 이슈는 ‘진보 대통령’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부정적인 요소인데 이번 주 조사의 ‘반등’ 결과처럼,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불안해지면 ‘이럴 때는 대통령을 지지해줘야 한다’는 여론도 동시에 일어 부정적 요소를 상쇄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권 실장 얘기를 종합해보면, 국내 이슈 가운데 문 대통령의 지지율 저하의 한 원인이었던 인사 문제가 조각이 거의 마무리됨에 따라 지지율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들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경우 그들과 대비되어 보이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예산국회에서 쟁점이 될, 초고소득자 증세, 복지예산 확대 등도 긍적적 요인으로 작용할 텐데 안보 이슈가 경제로 옮겨붙는, 즉 안보 불안으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 등 경기가 나빠질 땐 정반대의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오피니언라이브의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의 분석은 결이 좀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완만한 하향세를 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윤 센터장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여전히 높은 편인데, 대선 때 문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았던 유권자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큼 국정 운영을 잘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취임 전 인수위원회 때 겪는 지지율 조정 기간이 없었고 특히 직전 대통령과의 대비 효과도 덕도 봤다”고 분석했습니다. 리얼미터의 권순정 실장은 ‘적폐청산’ 국면에서 그 대비효과가 이어지거나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윤 센터장은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잣대가 있겠지만, 대비효과가 사라지면 문재인 대통령의 경쟁자는 문 대통령 자신이 된다는 거죠. 또 하나의 완만한 하향세 전망의 근거는 현재의 안보 이슈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리서치 앤 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의 전망을 들어보겠습니다. 배 본부장은 “여러가지 변수들이 얽혀있어 일단 연말까지는 60%대의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끼칠 세 가지 변수를 적폐청산, 경제, 북한으로 꼽으며 이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을 잘 풀면 지지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좋을 때는 적폐청산이라는 변수를 꽉 잡고 있으면서 자주외교 노선을 견지하며 안보에 대해 바른 목소리를 낼 때입니다. 이념 성향별로 보면 진보는 적폐청산에, 중도는 경제에, 보수는 안보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지지율이 조금씩 하락하는 것은 안보와 경제 때문으로 봅니다. 현재 지표상 경기는 나쁘지 않은데 체감 경기는 좋지 않습니다.” 배 본부장은, 소득주도형 경제 성장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 박수를 받던 정책들이 실물 경제로 어떻게 이어지는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세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문 대통령 지지율 전망은 조금씩 결이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하기도 합니다. ‘60% 중반 혹은 70%에 살짝 못 미치는 현재의 지지율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며, 가장 큰 변수는 안보와 경제다’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인용한 순서대로 보면, 리얼미터는 ‘현상유지 혹은 완만한 상승세’, 오피니언라이브는 ‘완만한 하락세’, 리서치 앤 리서치는 ‘60%대에서 등락 거듭’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갤럽 쪽은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한 것 이상의 분석과 전망은 내놓지 않는다고 합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이제 추석 때 누가 ‘문 대통령 지지율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거든, 앞의 전문가들의 전망을 인용한 뒤에 “그런데 제가 보기엔 말이죠~’로 여러분들의 견해와 전망을 술술 풀어놓으세요. 추석 정치밥상이 풍성해질 겁니다. 서로 견해 차이가 있더라도 좋은 날 주먹다짐은 하지 마시고요. 혹시, 똑똑해졌다는 칭찬을 들으시거든 “한겨레 보면 다 나와요”라고 한마디 곁들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보협 정유경 기자
bhkim@hani.co.kr